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5마리인데…수의사 지난해 12월 퇴직 후 반년 공석
경북 봉화군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에서는 19살 백두산호랑이 ‘두만’이의 발톱이 살 속을 파고들고 있다. 걸을 때는 다리도 전다. 퇴행성 관절염이다. 그런데도 이를 치료할 수의사는 찾아볼 수 없다. 멸종위기의 백두산호랑이를 보호하기 위해 수목원에 특별히 ‘모셔와’ 놓고는 사육사가 관리하는 게 전부다. 수의사를 둬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지키지 못하는 호랑이숲이 오히려 병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백두대간수목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곳 백두산호랑이 5마리의 건강상태를 관리하던 수의사가 퇴직한 후 반년째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 수의사는 호랑이숲이 개장한 2017년 5월부터 2년6개월 근무하다 일신상의 사유로 갑자기 그만뒀다. 이곳 백두산호랑이보전센터에는 수의사를 1명 이상 두도록 규정돼 있지만 공석 상태가 계속되면서 호랑이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수의사 퇴직 후 호랑이들의 건강 상태는 사육사들이 육안으로 관찰하고 있다. 나이가 가장 많은 19살 두만이의 질환이 급속히 악화한 것은 지난 4월 말쯤이다. 올 들어 다리를 절룩거리기는 했지만 수의사가 없다 보니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던 터였다.
결국 백두대간수목원 백두산호랑이보전센터가 지난 12일 수의과대학 교수와 수의사로 구성된 4명의 자문위원을 초빙해 공동 검진한 결과 네 다리에 퇴행성 관절염과 양쪽 앞다리의 발톱이 살을 파고드는 내행성 발톱질환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센터 측은 “검진 이후 소염진통제를 투여해 완화하는 방법으로 특별관리에 들어가 걷기가 수월해졌다”며 “사람 나이로 85세 정도니 완전히 나아지긴 어렵고 진행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랑이숲에는 사람 나이로 65세 정도에 해당하는 15살 암컷 한청이도 노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숲에서 활동한 후 관리동으로 퇴근할 때쯤이면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곳에는 2017년 1월 25일 두만과 금강 두 마리가 들어왔지만 금강이는 입식 9일 만에 만성신부전증으로 폐사했고, 이듬해 한청, 우리(수컷 9세)가 입식됐다. 지난해 5월에는 7살 남매인 한(수컷)과 도(암컷)가 추가 입식돼 5가족이 됐다.
이 중 한청과 우리, 두만이는 울타리 안에서 일반에 공개되고 있지만 한과 도는 아직 이들과 어울리지 못해 적응훈련 중이다. 호랑이는 서열 싸움이 심해 함께 지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백두대간수목원은 수의사를 모집해도 근무장소가 오지인 탓에 지원자를 찾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호랑이 사육시설 근무경력도 갖춰야 해 자격조건을 갖춘 수의사도 드물다.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 강기호 부장은 “1월 모집에 지원자가 있었지만 임명 직전 포기했고, 3월 모집에 지원한 예정자는 다음달 1일 최종면접을 거쳐야 한다”며 “호랑이들이 수의사의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두만이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지난 2, 3월 자문위원의 진단을 추진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늦춰졌다”며 “지금은 호랑이 보호경력 6∼10년 되는 사육사와 27년 경력의 센터장이 돌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봉화=이용호 기자 ly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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