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가 우리 사회에 던진 화두 중 하나가 허술한 공공의료 시스템의 보완이다. 특히 감염내과 전문의가 전국에 고작 275명뿐이라는 의료계 현실의 민낯은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큰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감염병과 최일선에서 싸울 인력 자체가 태부족인 상태로 버티고 있다는 게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상황은 지방이 더욱 심각하다. 6,80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ㆍ경북은 감염내과 전문의가 전부 12명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 의사 한 명당 570명 환자의 치료를 담당한 셈이다. 감염내과 의사들이 자신들을 국가가 알아주지 않고 역사나 기억할 법한 의병(義兵)에 빗대 ‘의(醫)병’이라 부르는 심정이 이해가 간다.
이는 사스와 메르스를 겪고도 감염내과 전문의 양성에 손을 놓은 탓이 크다. 돈 잘 버는 ‘피안성(피부과ㆍ안과ㆍ성형외과)’의 인기도 저물어가고 응급이나 수술 환자가 없어 삶의 질이 보장되는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ㆍ재활의학과ㆍ영상의학과)’이 뜨는 시대인데, 감염병이 창궐할 때만 찾다가 평시엔 ‘찬밥 신세’인 진료과에 지원할 전공의가 없는 건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2.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3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광역시ㆍ도는 전국 평균에도 미달해, 이를 맞추려면 의사 2만3,641명이 더 필요하다.
코로나19는 전공별 양극화와 서울ᆞ지방 간 의료 격차 해소,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과제를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국립공공의대 설립을 내건 바 있다. 감염ㆍ외상ㆍ응급ㆍ분만 같은 기피 분야 필수 인력을 국가가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관련법이 20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공공보건의료 체계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약속했다. 감염병은 언제든 다시 온다. 코로나19만 해도 종식은 요원한 일이다. 이 참에 공공의료의 틀을 다시 짠다는 생각으로 허점을 보완하고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K방역’이 말뿐인 자화자찬에 그치지 않고 내실을 갖춘 상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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