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위안부 운동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지만, 정작 그 일을 했어야 할 정부의 책임이 더 무겁다. 일본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지난 30년간 줄곧 요구해 온 것이다. 이 할머니는 2차 기자회견에서 이 요구를 재확인했다. 이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 시민단체의 임무는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경색된 한일 관계를 뚫고 어떻게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역대 정부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정의기억연대(옛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위안부 피해의 실상이 알려지면서 정부는 피해자를 등록하고 생계비를 지원했다. 1993년 고노 담화를 시작으로, 위안부 동원에 일본군이 관여했음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담화를 받아냈다. 하지만 애초 1965년 한일기본조약을 맺으며 일제강점의 피해를 본 국민의 권리를 묵살한 잘못이 한국 정부에 있다. 이후 위안부 피해자 개개인이 일본 법원에 배상청구소송을 내는 것을 정부는 지켜보기만 했다. 2015년에야 한일 양국은 일본 정부가 출연한 기금으로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외교적 합의에 도달했다. 하지만 피해자들과 충분한 공유가 없고 무리한 내용이 포함된 탓에 성공적 해결로 보지 않는 피해자들이 있었다. 현 정부가 합의를 파기한 후 위안부 문제는 꿈쩍도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현 시점에서 한일 관계를 풀기 어려운 원인은 우선 극우 신념으로 가득 찬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를 탓하는 것만으로 우리 정부가 면죄부를 얻을 수는 없다. 지난해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가 양국 간 무역 분쟁으로 확전될 때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소는 ‘단호한 반일 대응이 총선에 유리하다’는 분석보고서를 내 한일 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가 진정 피해자를 존중하는 뜻으로 위안부 합의를 파기했다면, 지금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8명 중 이제 생존자는 17명뿐이다. 일본의 공식 사죄와 배상이라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풀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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