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Why]지상파 애니메이션 총량제 폐지 추진
“한국 대표 애니 둘리 만들어 낸 보호법, 폐지 안돼”
28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추억의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의 등장 인물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주인공인 둘리부터 어른이 되면 더 이상 악역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고길동, 또치, 도우너, 마이클 등 익숙한 캐릭터들을 그려 올리는 ‘둘리 챌린지’ 때문이라는데요. 무려 30년 전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호출한 이 챌린지, 도대체 왜 시작된 걸까요.
혹시 방송사의 국내 신규 애니메이션 ‘1% 룰(방송 총량제)’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지상파 등 방송사에서는 매년 전체 방송 시간의 0.3~1% 이상을 국산 신규 애니메이션으로 편성해야 합니다.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저변 확대를 위해 2005년부터 도입된 제도로 2012년부터는 종편과 애니메이션 전문 채널도 적용 대상이 됐어요. 업계에서는 둘리를 비롯해 뽀로로, 로보카폴리, 라바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끈 국산 애니메이션의 성공에는 바로 이 1% 룰이 있었다고 보고 있죠
그러나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 같은 방송 총량제를 경쟁제한적 규제개선 추진과제로 결정, 해당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관련 법 폐지 검토를 공식 요청했습니다. 방송 환경이 달라지면서 주문형비디오(VOD)나 온라인비디오(OTT) 등으로 애니메이션을 언제든 시청할 수 있고, 지상파 애니메이션 시청률이 미미한 수준이라는 이유에서였죠.
관련 업계에서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한국애니메이션발전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방송 총량제는 애니메이션의 최소한의 생명줄”이라며 “애니메이션 총량제가 폐지되거나 축소되면 국산 창작 애니메이션 산업의 존립 기반이 위협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어요.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한 이후로도 여전히 방송사를 통한 시청자 노출과 방영권료 매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죠. 때문에 관련 법이 폐지되면 중소 애니메이션 업체들은 굳이 제작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습니다.
이런 논란 속에서 ‘둘리 챌린지’는 시작됐습니다. 한국애니메이션발전협회는 최근 산하 단체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표 캐릭터 둘리를 그려 이 같은 내용을 알리는 챌린지를 제안했습니다. 사실 둘리 챌린지는 29일부터 시작이지만, 관련 소식이 알려지자 벌써부터 ‘한국 애니메이션을 지켜달라’며 참여하는 이들이 나타나는 등 열기가 뜨겁습니다. 특히 다른 등장인물보다 ‘고길동’을 그리는 참여자들이 많았는데요. 둘리를 보고 자란 어린이들이지만 어느새 다른 등장 인물보다 고길동에 공감하는 어른이 됐기 때문일까요.
한편 공정위의 요청을 받은 방통위는 여론 추이 등을 지켜보며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내부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연 초능력 내 친구 둘리의 ‘후배’들은 앞으로도 나올 수 있을까요.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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