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트랙 난투극 ‘동물국회’
역대 최저 법안 처리율 ‘식물국회’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기록도
제20대 국회가 29일 막을 내렸다.
4년 전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 ‘3당 체제’로 재편된 20대 국회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기대 속에 출발했다. 그러나 여야의 극심한 대립으로 ‘동물국회’라는 비난을, 역대 최저 법안처리율(37.8%)은 ‘식물국회’의 오명을 얻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20대 국회는 촛불 민심을 받들어 현직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키는 의미 있는 기록도 남겼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헌정사상 두 번째로 국회에서 탄핵됐다. 노 전 대통령 탄핵안 통과 당시 여당 의원들이 격하게 반대하며 울분을 터트린 것과 달리, 박 전 대통령 탄핵은 국회의장이 표결 결과를 발표하고 의사봉을 내리치는 동안 여야 의원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결과를 받아들였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이 확정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서 20대 국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했다. 이 역시 들불처럼 번지던 촛불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라는 긴 이름의 청문회’를 통해 국회는 정관계, 재계는 물론 의료계 인사들까지 증인석에 세웠다. 마치 노태우 정권 첫해에 실시된 ‘5공 청문회’를 연상케 했다. 당시 증인으로 채택한 최순실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하자 특위 소속 의원들이 최씨가 구속된 서울구치소를 찾아 조사를 이어가기도 했다. 이후 국정농단 사건은 특검으로 넘겨졌고, 특검팀에 과거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해 좌천된 윤석열 검사가 합류하면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응원을 받기도 했다.
2019년 4월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설치법’ 및 ‘공직 선거법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소위 ‘패스트 트랙’ 안건 지정을 두고 당시 나경원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자유한국당이 극렬하게 저항하면서 여야간에 폭력사태가 재현됐다. 국회 의사당에서 빠루와 망치가 등장하고 의원 및 당직자간에 몸싸움과 고성, 욕설이 이어졌다.
그 해 12월 여야는 본회의로 넘어온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등 핵심 법안을 두고 또 한번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필리버스터를 앞세운 자유한국당의 지연 작전에도 불구하고 ‘비례연동형 선거법과 공수처법 설치 안건’은 해를 넘기며 본회의를 통과했다.
‘패스트트랙’ 으로 시작된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은 그 사이 ‘조국 사태’를 거치며 더욱 노골화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 후보로 지정해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요청했고,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와 자녀 입시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야당이 총공세에 나선 것이다.
황교안 당시 대표마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주장하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삭발과 단식농성을 감행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삭발투쟁은 박대출 의원부터 시작해 이주영, 심재철 등 중진의원들까지 동참하며 국회에서 ‘삭발 릴레이’가 펼쳐졌다.
패스트트랙과 조국사태 등으로 여야가 극심한 대립과 갈등을 빚다 보니 국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이었다. 여야간의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20대 국회는 국회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식물국회’로 전락했고, 결국 37.8%라는 역대 최저의 법안처리율을 기록하고 말았다.
20대 국회가 원 구성의 다양성을 이루겠다며 통과시킨 ‘비례연동형 선거’제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원래의 취지를 살리기는커녕 거대양당 체제를 공고히 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더불어시민당’이나 ‘미래한국당’처럼 당명까지 비슷한 비례정당이 출현하면서 소수정당의 비례의석까지 싹쓸이해 버린 것이다.
막판까지 정치적 대의보다 꼼수를 동원한 이익 챙기기에 몰두한 20대 국회는 그렇게 ‘최악의 국회’ 4년을 마무리 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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