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8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문 대통령이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새로 선출된 여야 원내사령탑을 초청해 국정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였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초당적 협력이 절실한 때에 대통령과 여야 원내 수장이 협치의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여야정 상설 협의체를 발족하는 등 거듭 협치를 시도했지만 패스트트랙 정국과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마침 이날 문 대통령이 “앞으로는 정기적으로 만나고 현안이 없더라도 정국을 얘기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주 원내대표도 최근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행사에 참석하는 등 통합 행보를 보인 만큼 이번 회동을 협치가 자리 잡는 전환점으로 삼아볼 만하다.
특히 주 원내대표가 “진짜 상생 협치를 하려면 정무장관실 부활을 검토하는 게 좋다”고 건의하고, 문 대통령이 검토해보겠다고 긍정적으로 답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야당 의원들이 평소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나는 걸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명박 정부 시절 정무 담당 특임장관제가 있을 때 정부 법률안 통과가 4배 늘었다면 협치가 자리 잡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날 회동에서 당장 합의한 내용은 없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여야가 직접 만나 서로 입장을 경청한 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다만 걱정되는 건 원 구성 협상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법정 시한 내 개원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걸림돌이 적지 않다. 민주당은 절대 과반 정당이 책임지고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며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사위원장 탈환을 위한 전략적 차원의 발언으로 보이지만, 독재 시절 다수 여당이 했던 논리를 되풀이하는 것은 지나친 감이 있다. 코로나19 국난 극복이 시급한데 여야가 상임위원장 자리에 과도한 욕심을 부리며 시간 낭비할 때가 아니다. 177석 거대 여당이 독주의 욕망을 잠시 내려두고 야당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보여야 싸우는 국회가 아니라 일하는 국회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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