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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의 위안부’ 영상 첫 공개… 연합군 따라 “만세”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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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의 위안부’ 영상 첫 공개… 연합군 따라 “만세” 불러

입력
2020.05.28 22:09
수정
2020.05.28 23: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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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위안부 고 박영심 할머니 영상 공개

미 국립기록관리청에서 발굴…1944년 모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영심 할머니가 1944년 9월 중국 윈난성 쑹산에서 군 진지 탈출 후 연합군에게 구조되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오른쪽). 전에 공개된 박 할머니의 사진(왼쪽). 서울대학교 정진성 연구팀, KBS 제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박영심 할머니가 1944년 9월 중국 윈난성 쑹산에서 군 진지 탈출 후 연합군에게 구조되며 만세를 부르고 있다(오른쪽). 전에 공개된 박 할머니의 사진(왼쪽). 서울대학교 정진성 연구팀, KBS 제공

‘만삭의 일본군 위안부’ 사진으로 잘 알려진 고 박영심 할머니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최초로 확인됐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4년 9월, 박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이 중국 윈난성 쑹산에서 미ㆍ중 연합군에 의해 구출되는 장면이다.

KBS 다큐인사이트 제작팀은 미국 국립기록관리청(NARA)에서 발굴한 ‘1947-1964 군사 활동 관련 이동 영상(Moving Images Relating to Military Activities, 1947 - 1964)’에서 박 할머니의 모습 등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제작팀에 따르면 해당 영상은 54초 분량으로, 1944년 미군 164통신대 사진대 소속 사진병이었던 에드워드 페이 병장이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박 할머니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반소매 투피스를 입고 만삭의 모습을 하고 있다. 옷차림과 얼굴 생김새 등은 1944년 찍힌 것으로 추정된 ‘만삭의 위안부’ 사진과 일치한다. 영상 속 박 할머니는 주변 연합군을 따라 연신 “만세”를 외치고 있다.

박 할머니는 1921년 평안남도 남포 태생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영상에 찍힐 당시에는 22살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미ㆍ중 연합군의 공격이 치열해지면서, 박 할머니는 다른 위안부들과 일본군 진지에서 탈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과 영상은 탈출 이후 촬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존재를 담은 문서나 사진은 존재해왔으나 영상은 희귀하다는 점에서 해당 기록은 학술적 가치가 크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한 눈에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진이 영상으로 재확인했다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영상에는 박 할머니 외에도 여러 여성이 보인다. 한 국적불명 위안부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가 연합군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는데, 얼굴이 피투성이에 한쪽 눈이 심하게 부어 있다. 역사 기록에 따르면 당시 중국 쑹산에는 위안부 24명이 있었고, 이 가운데 생존한 위안부는 10명이다. 대부분 조선인으로 추정된다. 2000년 사진 속 인물이 자신이라고 밝힌 박 할머니는 당시를 “모두 너무 굶주린 상태였고, 생과 사를 넘나들던 순간이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제작팀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과거 한국사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우연히 발굴했다”며 “다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해당 영상의 가치를 크게 평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제작팀은 KBS 9시 뉴스에 이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영상을 전시한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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