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대상… 재정타격 불가피 대학들 반발 예상
미국이 중국인 유학생이 자국 대학 이공계 분야에서 연구할 수 없도록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관련 법안의 의회 상정 방침이 공개됐고, 입법에 발맞춰 백악관도 비자 취소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위험이 크다는 명목이지만 최근 거세지는 미중 갈등 움직임 속에 추가적인 대중 압박 조치로 풀이된다.
톰 코튼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28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다른 의원 2명과 ‘안전한 캠퍼스 법안(Secure Campus Act)’을 상ㆍ하원에 동시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적자에게 이른바 ‘스템(STEMㆍ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대학원 또는 대학원 후 연구를 위해 학생(또는 연구)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대만과 홍콩에서 온 비자 신청자는 예외로 뒀다.
대중 강경파인 코튼 의원은 “학생 비자는 우리의 국익 증진을 위한 것인데 중국 공산당이 오랫동안 미국 대학을 이용해 스파이 활동을 하면서 이를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공동 발의자인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도 “중국의 혁신 가뭄에 미국의 독창성과 납세자들의 달러를 너무 오랫동안 공급했다”며 “미 연구 기업을 중국의 경제 스파이 활동에 맞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에는 중국 정부의 해외 인재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千人計劃)’을 겨냥한 내용도 포함됐다. 입법이 완료될 경우 미 연방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 미국 대학, 연구소, 연구기관들은 천인계획 참가자를 고용하지 못한다.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과학ㆍ기술 분야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국책사업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갈수록 악화하는 미중 관계에 악재를 더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인 유학생 비자 금지 추진은 중국 정부를 향한 ‘전방위 압박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 논쟁에 이어 홍콩 국가보안법, 중국 내 소수민족 인권 문제 등으로 양국은 사실상 신(新)냉전에 돌입한 상태다. 중국인 유학생 추방 이슈는 연방정부 차원 검토도 진행 중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낮지만은 않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정부가 중국인 대학원 유학생에 대한 비자 취소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6일 백악관 회동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해당 내용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NYT는 중국 유학생이 미국 대학 운영에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커 대학들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매년 미국 학교에 다니는 약 36만명의 중국인들은 등록금과 기타 수수료로 약 140억달러를 미국에서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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