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사망’ 시위 격화
베벌리힐스 백화점까지 털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 과정에서 흑인 남성이 목숨을 잃자 경찰의 폭력에 분노하는 항의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행진 등으로 평화롭게 시작한 시위는 곳곳에서 폭력 사태와 상점 약탈 등으로 격화하는 모습이다.
30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뉴욕 브루클린에선 경찰차량이 화염병 공격을 받은 사건이 최소 두 건 발생했고,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평화행진이 과격시위로 번진 결과 고무탄 발사ㆍ곤봉 사용 등으로 얼룩졌다. 필라델피아에서도 시위대가 전직 시장의 동상을 밧줄로 묶고 방화하는 일이 벌어졌고, 덴버에서는 시위 중 주의회 의사당을 향해 6, 7발의 총격이 가해지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의 약탈 행위도 벌어졌다. LA에선 베버리힐즈 로데오거리에 있는 노드스트롬 백화점과 구찌를 비롯한 각종 명품 매장들이 표적이 됐다. 특히 이들 명품 매장의 창문에는 ‘자본주의 망해라’ ‘부자들을 없애자’ 등의 문구가 적히기도 했다. 시카고에서도 미시간 애비뉴의 나이키 매장이 초토화됐고, 메이시스 백화점에서도 도난이 잇따랐다. 아디다스, 닥터마틴스, CVS 등의 매장에도 시위대가 들이닥쳤다. 뉴욕 맨해튼의 노스페이스 매장, 포틀랜드의 루이뷔통 매장도 약탈을 면치 못했다.
현지 매체들은 “일부 시위대가 약탈을 시작한 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압도적인 시위대 규모 때문에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레스터 프리드먼 베버리힐즈시장은 “야간 통행금지를 보다 강력히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의 격렬함은 현장 취재진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친(親)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의 취재진 리랜드 비터트는 이날 백악관 밖에 모여 있던 시위대로부터 마이크를 빼앗기는 등 봉변을 당했다. 전날에는 반(反)트럼프 성향인 CNN방송 흑인 기자 오마르 히메네스가 시위 장면을 생중계로 전하던 중 경찰에 체포된 반면 함께 있던 백인 동료 기자 조시 캠벨은 경찰로부터 정중한 대우를 받았다. 이를 두고 취재기자의 피부색이 경찰의 체포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취재 도중 날아온 돌에 맞아 부상을 입거나 심지어 고무탄 총상을 입은 취재진도 있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