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 폭동으로 번지는 인종차별 반대시위에
“10년 후에도 반복… 더 나은 방법 찾아야”
“지금 16세의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은 더 나은 길을 찾는 거야.”
미국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강압적인 체포 과정에서 숨진 후 이에 항의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미 전역에서 유혈 폭동과 폭력 사태로 비화하는 가운데 ‘다른 방법을 찾자’고 외치는 한 흑인이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州) 샬럿에 살고 있는 31세의 커티스 헤이스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샬럿에서 열린 관련 시위 현장에서 헤이스는 40대의 흑인 남성과 입씨름을 벌였다. 자신을 45세라고 밝힌 한 남성은 “우리 흑인 형제자매들이 매일 죽어나가는데 다 같이 들고 일어나지 못했다”며 “지금은 다 같이 죽을 각오를 하고 일어서야 한다”고 과격 시위를 옹호했다. 그러자 헤이스는 근처에 있던 16세 소년을 붙잡고 “지금 이 일은 10년 후에 똑같이 일어난다. 저 아저씨는 45세가 됐는데도 분노하고 있고, 난 31세, 넌 16세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이스는 이어 “이렇게 위험한 길은 네가 가서는 안 되는 길”이라며 “너희들은 제발 더 나은 길을 찾아서 가야 한다. 우리 윗세대는 못했으니까”라고 절규했다.
그는 자신이 2016년 9월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흑인 남성 키스 라몬트 스콧(당시 43세)의 항의 시위에 참여했다면서 “4년 전에도 똑같은 짓을 매일 밤마다 했다”고 털어놨다. 헤이스는 “그런데 바뀌는 게 전혀 없다”며 “더 나은 방법을 찾아보라. 그리고 네 몸부터 잘 챙겨라”라고 시위에 나온 소년에게 거듭 조언했다.
해당 영상은 현장에 있던 한 여성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서 이날(1일)까지 1,200만번 이상 시청됐다. 작가이자 언론인인 패트릭 래든 키프는 “각기 다른 세대의 3명의 흑인. 이 2분짜리 동영상은 모든 미국인이 반드시 보고 들어야 한다”고 했다.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뿌리깊은 인종차별의 벽 앞에서 고통 받는 흑인 사회의 현실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헤이스는 이후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걱정하는 시민, 아버지, 아저씨, 사촌, 조카, 아들로서 그 곳(시위 현장)에 있었다”며 “우리는 더 나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온라인에서는 헤이스의 연설에 동조해 비폭력 시위를 당부하는 해시태그(#) 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 등 SNS에서 일부 누리꾼들은 ‘더 나은 길이 있다(#THEREISABETTERWAY)’는 해시태그를 달아 글을 올리며 그의 메시지에 공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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