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What] ‘극단적 좌익세력’ 안티파, 테러조직 낙인
극우파ㆍ백인우월주의 반대…폭력ㆍ약탈 등 과격 시위 이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극단적 좌익세력인 ‘안티파(AntiFa)’와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에 의해 사망한 이후 번진 전국적 시위와 관련해 주도 세력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겠다고 선언한 건데요.
안티파는 반파시스트(anti-fascist)의 줄임말로 1920년대 유럽에서 일어난 안티파시즘 운동에서 착안한 세력이에요. 1960~70년대 독일에서 극우파에 대항하는 조직으로 출발했죠.
미국에선 존재감이 없었지만, 2017년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서방 세계 곳곳에서 세력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극우파와 백인우월주의, 미국 공화당 같은 지배 권력에 반대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어요. 언뜻 보면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진보 세력 같은데, 안티파는 왜 ‘테러 단체’로 규정됐을까요.
안티파가 ‘파시즘 반대’라는 목적을 관철시키기 위해 폭력을 불사하기 때문인데요. 우익에 반대하는 모든 종류의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평화적 집회를 넘어 약탈, 방화, 공공시설 공격 등 과격 시위도 자행하죠.
이름이 크게 알려진 건 2017년 리처드 스펜서 관련 시위 때부터입니다. 플로리다 대학 강연에 나선 백인우월주의자인 리처드 스펜서를 격렬히 저지하면서 유명세를 탔죠. 안티파는 당시 그의 강연을 막겠다며 창문을 깨고 화염병 등을 던져 10만달러의 재산 피해를 입혔어요. 지난해에는 일부 안티파 회원이 시위 현장에서 각목과 쇠파이프, 최루 스프레이 등을 무기를 휴대했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안티파는 여느 테러조직과 달리 별도의 중앙조직이나 지도자가 존재하지는 않아요. 정식 회원이 없이, 인종주의와 극우세력을 상대하는 무정부주의자들로 폭넓은 형태를 보이고 있죠. 그래서일까요. 이들을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트럼프 대통령도 어떤 인사들을 안티파로 보고 있고, 어떤 조직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할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배경에도 폭력 시위가 얽혀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백인 경찰에 체포되던 중 숨졌는데요. 이를 계기로 경찰을 비판하는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됐고, 몇몇 시위는 약탈과 방화를 동반하는 형태로 변질됐죠. 폭력을 규탄하기 위해 시작된 시위가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폭력을 행사하게 된 겁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겠죠. 다른 무정부주의 평화시위의 명분과 신뢰를 저버릴 수도 있고요. 무고한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하루 빨리 사태가 진정되길 바랍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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