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얼마 전 대표작 ‘오페라의 유령’의 영국 로열 앨버트홀 25주년 기념공연 영상을 유튜브로 한시 무료 공개해 호응을 얻었다. 주연 시에라 보게스(크리스틴 라에 역)가 ‘팬텀(phanton)’ 역의 라민 카림루의 가면을 벗기는 장면은 서사의 전개가 급물살을 타는 전환점이다. 선천성 얼굴 기형 때문에 ‘쳐다보기도 힘들 만큼’ 얽은 팬텀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고, 갈등과 위기가 비로소 전개된다.
그 ‘가면’은 하지만 미학적 공예품으로서의 가면이 아니라 의료용품인 ‘안면 보철’이라 해야 한다. 장애인이 쓰는 의수나 의족처럼, 얼굴 전체 혹은 일부의 기능적 시각적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 분야를 연구하는 의학 분야를 ‘애너플라스톨로지(Anaplastology)’라 하는데, ‘ana’는 그리스어로 ‘다시, 새롭게’를, ‘plastos’는 ‘만들다, 조형하다’를 의미한다.
애너플라스톨로지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1차 대전 중이었다. 염소 가스 등 화학무기 외에 기관총과 화염방사기, 탱크 등 ‘대량’ 살상무기가 처음 등장한 게 1차 대전이었다. 부상병 중에는 얼굴에 치명적 화상을 입는 등 큰 손상을 당한 이들이 많았다. 그들은 전쟁이 끝난 뒤로도, 사지 장애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삶을 위협받았다.
그들에게 ‘원래’의 새 얼굴을 만들어주기 시작한 이는 의사가 아니라 영국 조각가 프랜시스 드웬트 우드(Francis Derwent Wood, 1871~1926)였다. 그는 점토나 석고로 얼굴을 본뜬 뒤 부상 전 사진을 근거로 최대한 원래 얼굴과 닮게 복원했다. 거기에 얇은 아연 도금 동판을 얹어 안경이나 마스크 등으로 얼굴에 고정시키는 방식이었다.
그 기술을 혁신한 건 미국 여성 조각가 안나 콜맨 래드(Anna Coleman Ladd, 1878.7.15~1939.6.3)였다. 우드의 작업 소식을 알게 된 래드는 곧장 유럽으로 건너가 그와 협업을 시작했고, 전쟁 당국을 설득해 전장 인근에 아예 작업장을 차렸다. 그는 실제 체모로 눈썹과 속눈썹, 수염까지 부착했고, 최대한 피부색에 맞게 색을 입혔다. 두 조각가는 전후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 등을 탔고, 성형과 보철 기술 혁신의 새 영역을 개척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