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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와 음모가 돈 되는 유튜브… 늑장 자정조치엔 ‘코리아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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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와 음모가 돈 되는 유튜브… 늑장 자정조치엔 ‘코리아 패싱’

입력
2020.06.02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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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 못 잡는 인터넷 규제] <중>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유튜버 하려는데, 진보코인 vs 보수코인 뭐 탈까?’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씨인사이드에 올라온 한 게시물의 제목이다. 본문에서 “뭐가 더 돈 될까?”라고 묻고 있는 해당 글의 게시자는 진보와 보수 가운데 어떤 콘텐츠가 더 많은 후원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이 글 속에서 보수와 진보는 돈벌이 유튜브 콘텐츠로 삼을 만한 2가지 보기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이다.

지난해 MBC 노동조합은 6살 이보람 양의 유튜브 채널(보람튜브) 매출이 MBC 매출과 맞먹는다며 “생존위기”라는 성명을 냈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기성 미디어 못지 않게 높아지고 있지만 게이트키핑(뉴스 취사선택) 과정이 없고 조회수에 비례하는 수익모델 탓에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자극적인 내용이거나 극단적인 정치 성향 입맛에 맞출수록 인기를 끌다 보니 왜곡된 정보가 급속도로 퍼지는 일이 다반사다.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가 ‘돈’이 되는 문제에도 구글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이 국내 생태계 관리에는 뒷짐만 지고 있어 한국을 홀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가짜뉴스 확산 방지 및 건전한 콘텐츠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국내 소비자와 정부 정책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총선 등 예민한 현안에 이른바 ‘OO설’을 주장하는 가짜뉴스까지 넘쳐나면서 불안감 조장과 진실 왜곡 등의 부작용이 심각했다. 코로나19 환자를 추격하는 유튜브 영상은 자작극으로 판명 났고 ‘사전투표 조작설’ ‘야당과 신천지 결탁설’부터 5·18 당시 시민군들이 광주교도소를 습격했다는 주장이나 정부가 북한에 보낼 마스크를 하루 100만장씩 만들고 있다는 영상까지 등장했다. 많게는 수십만 명의 구독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퍼진 가짜뉴스들이다.

유튜브가 가짜뉴스의 온상으로 지적 받는 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2월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구글은 미국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이 부각되자 지난 3월 유튜브에서 코로나19 관련 신뢰도 높은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는 섹션을 별도로 마련했다. 미국, 일본, 인도, 독일 등 16개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제외된 상태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 2월 선거와 관련해 사람들을 오도할 목적을 지닌 영상 등 가짜뉴스 삭제 방침을 밝혔다. 11월 미국 대선을 고려한 조치다. 하지만 한국에서 비슷한 요구가 제기될 때마다 구글 측은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관리한다”는 원론적 대답만 내놓고 있다. 2018년 더불어민주당의 가짜뉴스 104건을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할 때도 “개별 콘텐츠에 대한 리뷰(검토)는 언급할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저작권한국일보]뉴스매체와 가짜뉴스 인식조사
[저작권한국일보]뉴스매체와 가짜뉴스 인식조사

반면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들은 제3기관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를 통한 자율 규제에 참여하고 있다.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두고 신고 처리 결과를 하루 이내 신고 당사자에게 알려주며 소통한다.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등 개인의 피해가 우려될 경우 일단 접속을 차단시키는 임시조치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도 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삭제 등 시정명령도 즉시 수용한다.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외국 기업들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 뉴스를 유통해 정보 매개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을 뿐 아니라 방통위 행정제재도 미치지 않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며 “한국에서 수천억 원씩 벌어가면서 플랫폼으로서 책임 부담은 지지 않는 건 공정한 경쟁 환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우리 정부도 유튜브 내 가짜뉴스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판단, 구글 측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미국 본사를 직접 찾아갈 예정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콘텐츠 차단 조치 등에 관해 조율하기 위해 코로나19가 진정되면 하반기 중으로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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