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잘 알고 있는 ‘지인’이라 “설마” 심리적 저항감 해제
힘든 시기에 “이것조차 못하면 어떻게 사나”라는 분노ㆍ피로감
“종교적 신념이 크게 작용해 감염 인지 눌러”
1일까지 인천‧경기 개척교회와 관련된 2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다시 ‘교회발’ 집단감염이 거세지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인천ㆍ경기 개척교회(확진자) 집단감염은 13개 소규모 교회가 관련돼 있고, 개척교회 간 기도회, 찬양회 등을 번갈아 가며 진행해 참석자 간의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종교행사‧모임을 통한 신종 코로나 발병 사례는 총 74건에 달한다.
심리학자들은 개척교회 등 소규모 교회 행사와 모임 등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는 이유를 단순히 감염논리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엄중한 시기에 그들이 왜 종교모임이나 행사에 참여했는지 속내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우선 ‘관성의 법칙’이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소규모 교회 지인들은 오래 전부터 만나온 ‘지인’이라서 같이 모임을 해도 감염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성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신도 개인은 물론 가족까지 다 알고 있어 ‘설마’라는 생각에 심리적 저항감이 해제되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나는 물론이고 우리 교회 신도는 다 괜찮겠지’ 라는 ‘소망적 사고’도 한몫 했다. 이 교수는 “워낙 친밀하게 유대를 맺고 지내는 터라 ‘우리’는 모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비현실적 낙관주의’가 모임에 작동했을 것”이라며 “여기에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신을 믿고 의지하려는 마음과 ‘이것조차 하지 못하면 어떻게 사나’라는 분노와 누적된 피로감이 소규모 모임을 갖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소규모 교회 등에서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빠르게 확산하는 이유로 △밀접접촉 △마스크 미사용 △장기간 행사진행 △공동식사 △대형교회보다 열악한 실내 환경 등을 꼽으면서도 이들 교회 신도들의 강한 연대가 오히려 신종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을 떨어지게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종교모임을 갖는 이들은 자신들이 믿고 있는 ‘신’이 자신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강해 일반인에 비해 신종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신앙적인 믿음과 함께 장시간 소리 내 성경을 읽고, 찬송을 하다 보니 비말이 전파돼 신종 코로나에 노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무리 소규모라 할지라도 10명 이상이 장시간 밀집해 집단행동을 하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특히 개척교회 신자들은 종교적 신념이 강해 신종 코로나 인지도가 낮은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엄 교수는 “일반적으로 침 방울이 날아가는 속도는 기침 시 초속 10m, 재채기 시 초속 50m이고, 재채기를 한 번 할 때마다 100만 개정도 비말(침방울)이 튀어 나오는데 종교 모임에 참석한 이들 중 감염자가 있었다면 무더기로 확진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