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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두 쪽 나도 ‘1달러=7.8홍콩달러’… 금융허브 이끈 ‘홍콩달러 페그제’ 미중 격돌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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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두 쪽 나도 ‘1달러=7.8홍콩달러’… 금융허브 이끈 ‘홍콩달러 페그제’ 미중 격돌에 휘청

입력
2020.06.03 01: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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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환율 이점으로 황금기 누려… 최근엔 中 기업공개 창구로도 활용

금융위기 마다 역베팅 이겨냈지만 붕괴 위기… 홍콩 통한 무역 위축 전망

홍콩달러 환율 및 외환보유고 추이
홍콩달러 환율 및 외환보유고 추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 고조로 그간 홍콩을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만들었던 근간인 ‘홍콩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가 또 다시 존립을 위협받고 있다. 페그제가 무너질 경우, 미중 간 금융ㆍ무역 창구로 특별한 지위를 누렸던 홍콩의 위상도 순식간에 특별하지 않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날의 칼 ‘페그제’ 

2일 외신과 금융권에 따르면, 페그제의 이점은 무엇보다 환율 안정이다. 글로벌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에 가치가 고정돼 있기에, 달러화를 쥔 투자자들은 언제든 환차손 공포 없이 달러를 홍콩달러로 바꿔 투자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홍콩은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후에도 아시아 금융허브의 지위를 유지해 왔다.

이런 장점 탓에 그간 중국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기업들도 홍콩을 기업공개(IPO)의 장소로 적극 활용했다.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19년 홍콩 증시에서 진행된 IPO 규모는 총 3,155억홍콩달러(약 50조원)로 세계에서 가장 컸다.

하지만 페그제는 위기시 큰 부담이 되기도 한다. 대규모로 자금이 이탈하면 홍콩 달러 수요가 마르면서 페그제 유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페그제 유지는 홍콩의 실질적 중앙은행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의 책무다. 만약 홍콩에서 자금 유출이 늘어 환율이 1달러당 7.85홍콩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홍콩달러 약세), HKMA는 외환보유고를 열어 홍콩달러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환율을 내린다. 올 4월말 기준 홍콩의 외환보유액(4,413억달러)이 한국보다 많은 세계 7위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자칫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 HKMA가 방어할 수준을 넘게 되면, 페그제의 신뢰가 깨져 한 순간에 ‘금융 홍콩’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 과거에도 페그제 붕괴 가능성은 홍콩 경제에 위험이 부각될 때마다 제기됐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제정 관련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뉴욕 월가에서는 ‘페그제 붕괴’ 베팅이 늘었다. 영란은행에 따르면, 당시 홍콩에서는 전체 경제규모의 1.25%에 달하는 약 50억달러의 자금이 이탈했다.

 ◇존폐 위기 이번에도 넘길까 

그럼에도 홍콩달러 페그제는 매번 위기를 이겨내고 살아남아 왔다. 현재도 홍콩달러는 1달러당 7.75홍콩달러선을 유지하며 오히려 강세다. 징둥닷컴(JD.com)과 넷이즈 등 대형 기업 IPO가 예정돼 있어 탈출하는 자금만큼 홍콩달러의 수요도 높기 때문이다. 세계적 저금리도 강세 요인이다. 통상 홍콩의 금리가 미국보다 높은데, 환차손 염려가 없으니 홍콩에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를 하는 수요도 상존한다.

하지만 최근 홍콩 경제의 체력은 너무 깎였다. 지난해 내내 이어진 시위에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교역 위축으로 홍콩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홍콩 금융가는 중국의 국가보안법 도입을 두고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HSBC나 스탠더드차터드 등 홍콩에 거점을 둔 국제 금융사들이 시위대의 요구에는 동정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혼란이 빨리 안정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미중 분쟁이 홍콩의 특별지위 철폐로 이어진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론상 페그제는 미국의 특별지위 부여와 관계없이 홍콩의 의지로 유지할 수 있지만, 특별지위를 잃은 홍콩에 미국 기업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홍콩 당국이 페그제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홍콩 특별지위 철폐는 홍콩과 미국 사이의 금융 흐름을 냉각할 것이며 홍콩을 통해서 진행되던 무역과 직접투자가 모두 위축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페그제는

통화 가치를 특정 국가 통화에 고정해 외환 거래를 진행하는 것. 현재 홍콩달러는 미국 1달러당 7.75~7.85홍콩달러로 가치를 고정해 두고 있다. 1983년 당시 영국령 홍콩 재무장관이 홍콩 경제 안정화를 위해 도입한 후 37년째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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