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뉴욕주 상원의원 젤너 마이리 “경찰 폭력성은 미국 DNA”
미국의 한 상원의원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석했다가 경찰로부터 얼굴에 후추스프레이를 맞고 현장에서 연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흑인인 젤너 마이리 뉴욕주 상원의원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찰에게 후추스프레이를 맞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오늘 밤 다이애나 리처드슨 주 하원의원과 함께 후추스프레이를 맞았고 나에게 수갑이 채워졌다”라고 밝혔다.
마이리 의원은 이날 브루클린 바클레이 센터 인근에서 벌어진 시위에 참석했다. 동행했다는 리처드슨 의원 역시 흑인이다. 그는 “우리는 단결해 평화를 지키기 위해 왔다”라면서 “우리는 여전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프다”는 짤막한 단어로 심경을 대변하기도 했다.
그는 평화롭게 시위에 참여하던 중 경찰이 지나친 대응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 당시 사진에서 경찰 한 명은 뒤에서 그의 팔을 잡아 진압하고 있다. 동시에 또 다른 경찰이 안면에 후추스프레이를 뿌린 듯 마이리 의원은 잔뜩 찡그린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당시 뒷면에 ‘상원의원 마이리’라고 적힌 상의를 입고 있었다.
마이리 의원은 “경찰의 잔인함은 이 나라의 DNA에 있다”라며 “나처럼 생긴 민족은 그동안 그 잔혹함의 대상이 돼왔기에 이는 단지 조지 플로이드와 에릭 가너의 일에 그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무부에 과잉 진압으로 인한 사망 사건을 포함한 경찰 공무원의 형사 범죄를 수사하기 위한 특별 조사 기구를 설립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경찰관 데릭 쇼빈은 위조 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 플로이드를 체포하면서 수갑을 찬 그의 목을 5분 넘게 무릎으로 찍어 눌렀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 나를 죽이지 말라”며 고통을 호소하다 끝내 숨졌고,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이 확산되면서 공분이 일었다. 쇼빈은 29일 3급 살인 및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를 인종차별 사건으로 규정한 시민들은 미국 전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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