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2,000달러대로 떨어져, 2009년 이후 10년만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통상 달러 표시 국민소득은 경제성장률과 환율 수준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작년에 성장률과 원화가치가 동시에 낮아진 탓이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세계적 불황까지 겹쳐 자칫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밑돌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다.
◇올해 국민소득 3만달러 선도 위태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국민계정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실질 국민소득(GNI)은 3,743만5,000원, 미 달러화 기준으로는 3만2,115달러로 집계됐다. 원화 표시 소득은 2018년(3,693만원)보다 1.4% 늘었지만, 달러 표시 소득은 4.3% 감소(2018년은 3만3,564달러)했다. 4.3%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10.4%)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달러 표시 소득 감소에는 실질 성장률 둔화, 저물가, 원화 가치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실질 성장률(2.0%)은 2018년(2.9%)보다 둔화했다. 전반적인 물가 변동 수준을 나타내는 GDP디플레이터도 2018년 대비 -0.9% 하락했다. 반도체 등 수출 물가의 하락으로 인한 교역조건 후퇴가 주 요인이었다. 원화 표시 국민소득은 늘었음에도, 지난해 원화가치가 전년보다 5~6% 떨어지면서 달러 표시 국민소득은 결국 후퇴하고 말았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 아래로 더 떨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은의 전망대로라면 하반기에 코로나 충격이 어느정도 잦아든다 해도 실질 성장률이 -0.2%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에 그친다. 여기에 원화 가치가 작년보다 더 떨어지면 달러 표시 소득은 더 낮아질 수 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올해 우리 경제가 역성장하고 GDP디플레이터가 올 1분기(-0.6%)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명목성장률은 -1% 수준으로 예상된다”며 “6월 이후 원ㆍ달러 환율이 1,250~60원대 수준을 연말까지 유지한다면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보다 떨어질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소득분배율은 역대 최고
한편 국민소득 전체에서 임금 등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노동소득분배율은 지난해 역대 가장 높은 65.5%를 기록했다. 기업 이윤 등을 의미하는 영업잉여가 전년 대비 6.9% 감소한 가운데, 피고용자의 소득 증가율은 국민소득 증가율에 비해 높은 3.4%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통계만 보면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일단 소득 분배 측면에서는 효과를 본 것처럼 보인다. 다만 분배된 소득이 소득주도성장론의 설명처럼 소비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기여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한은 관계자는 말했다.
이날 한은은 올해 1분기 성장률을 지난 4월 발표했던 속보치보다 0.1%포인트 오른 전 분기 대비 -1.3%로 수정했다. 2분기 성장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성장률 확정치와 한은이 지난주 전망한 상반기 성장률(-0.5%, 전년동기대비)을 종합하면 2분기 성장률은 -2%대 초중반까지 내려갈 상황이다.
박양수 국장은 “2분기 성장률은 재난지원금 등 1ㆍ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에 따른 효과와 미중 무역분쟁의 여파로 인한 수출 쪽 영향 등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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