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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관객 영화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입력
2020.06.03 14:00
수정
2020.06.04 09:5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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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Wide] 코로나 직격탄 맞은 극장영화의 미래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지난해대비 17%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사실 그 이전부터 유튜브 등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에 극장의 지위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 사태로 한산한 서울 시내 영화관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지난해대비 17%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사실 그 이전부터 유튜브 등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에 극장의 지위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 사태로 한산한 서울 시내 영화관 모습. 연합뉴스

‘이러다 극장들 문 닫는 것 아닐까?’

코로나19가 시작된 2월부터 5월까지 전체 관객 수는 1,170만 명. 지난 해 같은 기간 6,840만 명의 17% 수준까지 하락했다. 5월 일일 관객 수 평균은 작년 58만명에서, 10%에도 못 미치는 5만명으로 급락했다. 이 수준이라면 극장 510여개 중에서 50개만 살아남고 나머지 460개는 문을 닫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올 초로 잠시 플래쉬 백 해보면 상황은 전 반대였다. 작년 전체 관객 수는 역대 최고인 2억2,700만 명을 기록하며 이보다 더 좋을 수 가 없었다. 새해로 넘어오니 ‘기생충’이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하였다는 낭보를 전해와 한국영화 성장 기대치가 최고조에 오른다. 덕분에 장밋빛 전망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모든 기대는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이 전염병은 2차, 3차로 이어져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컬러TV, 비디오의 공격도 이겨냈지만

버티는데 있어서는 극장은 꽤나 내공이 있었다. 1950~60년대 TV의 탄생으로 인해 안방으로 관객들을 다 빼앗길 것이라 했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오히려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다. 80년대 들어서는 비디오의 등장으로 또 위기를 맞지만 산업에서 상호 도움을 주는 관계로 발달한다. 이런 직접적 위기 말고도 2001년 9ㆍ11사태 때나 2002년 사드, 2015년 메르스 때도 1,2주 정도 시장이 가라앉기는 했지만 바로 회복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극장이 가진 내공도 한계가 들어나 첫 대결에서 이미 그로기가 되어 KO당할 일만 남은 상태다.

사태가 사태이다 보니 영화인들도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유는 우리나라 영화산업이 전형적 내수집중형 산업이기 때문이다. 영화 산업에서 극장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과반이 넘는 76%이고 부가시장 및 온라인이 18%, 해외수출매출은 5%에 불과하다. 진작에 수출 좀 하지!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사실 수출의 가장 큰 장벽은 언어였다. 과거 호황을 누린 홍콩영화가 성장을 멈춰야 했던 이유도, 일본 영화가 해외로 나가지 못한 이유도 다 언어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이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말했던 ‘1인치의 장벽’ 이 그것을 의미한다. 내수시장으로 버텨오고 있는 한국영화산업에서 극장 붕괴는 그 자체로 산업의 전멸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서울의 한 극장에서 시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서울의 한 극장에서 시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에 날개 단 OTT

사실 극장 붕괴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조금씩 진행 중이었다. 영화는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관객에게 제공된다. 극장을 위시해서 온라인 기반의 VOD와 OTT 그리고 국내시장에서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플랫폼으로 존재하고 있는 비디오나 DVD 등도 여기에 포함 된다. 이중 극장은 영화의 탄생 때부터 영화를 세상에 처음 공개시키는 유일한 플랫폼으로 독보적 지위를 지니고 있었다. 후발주자들은 홀드백이라는 기간을 두고 하나 둘 극장 뒤로 줄을 선다. 비디오, DVD가 그랬고 지금의 VOD, OTT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에 만들어진 플랫폼들은 순리를 거스르려는 ‘이유 없는 반항아’적 기질이 다분하다. 가장 심한 것이 OTT다. ‘유튜브’를 비롯하여 ‘넷플릭스’ 그리고 국내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손잡고 만든 ‘웨이브’, KT가 독자적으로 만든 ‘시즌’ 그리고 ‘왓챠’ 거기에 내년에 국내 론칭 예정인 ‘디즈니 플러스’ 와 아직은 기약이 없는 ‘HBO Max’까지 모두 극장의 아성을 무너트리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들 있다. 몇 년 전 넷플릭스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라는 영화를 극장과 동시에 서비스하는 방식을 택했고 당시 극장들은 사활을 걸고 저항했다. 최근에는 ‘사냥의 시간’이 극장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최초 공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다른 선택이 없었다 하더라도 이는 극장의 지위를 위협하는 행위임에는 분명하다. 극장은 이러한 플랫폼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하나 둘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영화투자를 확대시키고 관객 서비스를 위한 4D극장 증설에도 나섰는데, 그러던 중에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코로나19가 들이 닥친 것이다. 이 전염병은 극장들을 우왕좌왕하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OTT에게는 새로운 날개를 달아줘 엄청난 속도로 퍼스널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퍼스널이라는 편의성을 따라갈 플랫폼은 이제껏 없기에 그 심각성은 더하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관객이 극장으로 다시 돌아올 수는 있을까? 5월에 발표된 영화진흥위원회의 ‘코로나19 충격: 한국 영화산업 현황과 전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대비 60~70% 매출 감소를 추정하고 있다. 관객 수로 하면 2억2,000만명에서 약 7,000만명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수준의 모객은 이미 불가능하다고 할 때, 과연 향후 시장에서는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까?

. 게티이미지뱅크.
. 게티이미지뱅크.

극장의 미래는 안갯속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장 큰 변화는 ‘천만영화’가 사라질 가능성이다. 천만영화는 n차 관람과 50대들의 참여가 기여하는 폭이 크다. n차는 극장 외 다른 플랫폼들이 대신할 것이고, 50대도 마찬가지로 이번 경험으로 인해 홈시어터를 통해 집에서 관람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천만시대는 막을 내리지 않을까 판단된다. 두 번째로 극장 관람을 포기하는 경우의 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다. 현재도 SNS등의 발달로 이러한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데, 플랫폼의 확대는 관람기회를 분산시킬 요인으로 작용하여 초반 흥행에 따라 관람을 포기를 하는 현상이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흥행기간은 짧아질 것이고 연 관람객수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로 관객 수 감소로 인한 티켓 가격 상승 가능성이다. 티켓 값을 올린다는 것은 다른 엔터테인먼트에 비해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았던 기존 장점을 스스로 상쇄시키는 것이고 그에 비례하여 제작비를 높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장 매출 감소로 인해 투자시장은 더 위축될 수 있어 극장용 영화들의 제작편수가 덩달아 줄어드는 악순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제작사, 배급사 입장에서 고민이 깊어 질 수밖에 없다.

제작사와 배급사들의 고민은 지금껏 극장에 의존했던 방식을 탈피하려는 방향으로 흘러, 플랫폼의 지각변동은 더욱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극장의 아성은 무너지고 모든 플랫폼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는 체제로 바뀔 수 있다. 영화의 소스는 디지털로 바뀐 지 오래다. 과거 필름시대 때는 반드시 영사기로만 돌려야 했지만 디지털은 모든 디바이스에서 호환이 가능하다. 넷플릭스를 포함한 해외 주요 OTT가 올해 콘텐츠 제작에 쏟아 부을 것으로 예상되는 투자액은 46조 원 가량이다. 이렇게 거대한 자본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극장용 영화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오리지널 시리즈’로 승부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오리지널 시리즈는 OTT간 경쟁에서도 승부수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시장도 ‘웨이브’의 경우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6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한다. 패권싸움에서 서둘러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OTT용 영화들의 제작 편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다 보니 이들 오리지널로 방향을 뜨는 제작사와 배급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빠른 시일 내 극장이 활성화되길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지금처럼 마스크를 쓰고 외출을 해야 하는 사태가 지속된다면 단기간에 예전 극장 모습을 되찾을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국내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글로벌 시장 회복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니 더더욱 그렇다. 이후 극장의 미래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극장의 한계가 드러나 버렸고 반대로 OTT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은 밸런스를 맞추는 성향이 있기에 안정적으로 연착륙하길 바라고 희망해 본다. 영화 전체 매출에서 극장이 차지하는 범위가 현재 76%에서 50%대로 낮추어지고, 나머지 45%가 OTT등 부가시장에서 나와 준다면 매우 바람직한 산업구조가 될 것이라 희망하는데, 과연 이루어 질 수 있을지. 지금으로써는 그 누구도 예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하영 하하필름스 대표는 영화 배급 전문가다. 1998년 시네마서비스에 입사해 이사로 퇴직하기까지 150여편의 영화를 배급했고 이러한 경험을 살려 배급이 흥행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설명한 ‘영화 배급과 흥행‘을 펴냈다. 영화흥행연구소 소장을 맡으면서 블로그 ‘흥행판’과 유튜브 ‘몬스터박스’도 운영하고 있다.

※Deep&Wide는 국내외 주요 흐름과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 리포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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