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ㆍ해ㆍ공군과 여군, 전통의장대로 구성된 국방부 의장대 대원들이 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연병장에 모였다. 현충일을 앞두고 국토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다. 오와 열을 맞춰 연병장 잔디 위에 자리를 잡은 대원들은 태극기를 향한 ‘받들어 총’으로 예를 표했다. 대원들은 또, 별(육군)을 중앙에, 아래로는 닻(해군)을, 좌우로 날개(공군) 모양을 만들어 국방부 엠블럼을 표현했다. 육ㆍ해ㆍ공군이 단결해 국토방위를 책임지겠다는 사명감을 여기에 담았다.
국방부 의장대의 정식 명칭은 ‘국방부 근무지원단 의장대대’다. 3군과 여군, 전통 의장대를 비롯해 현충원 및 한미연합사 의장대로 구성된다. 1989년 창설된 이후 국경일 경축식과 국빈방문 공식 환영식 등 국가 주요행사에서 의전 및 의장 행사를 선보여 왔다. 부대훈이 ‘우리의 자세와 행동은 대한민국을 대표한다’인 만큼 대원들은 절도 있는 동작과 칼날 같은 대열을 생명처럼 지킨다.
국방부 의장대는 지난해 1,300여 회의 행사 지원 임무를 수행했다. 하루 평균 세 차례 이상 행사를 소화한 셈인데, 이 같은 강행군을 이어가기 위해선 강인한 체력은 물론 바른 인성과 정신력도 갖춰야 한다. 한 치의 오차도, 단 한 번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의장행사의 특성상 대원들은 6개월 이상의 훈련 기간을 필수적으로 거친다. 특히, 한 손으로 소총 돌리기 동작은 의장대의 대표 동작인 만큼 일과 시간이 끝나도 연습은 계속된다. 우산이나 빗자루 등 비슷한 물건을 소총 대신 돌리거나 휴식 시간 육ㆍ해ㆍ공군의 자존심을 걸고 총 오래 돌리기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의장대는 현충일을 비롯해 6ㆍ25전쟁 및 제2연평해전 정부 기념식 등이 몰린 6월 ‘호국의 달’에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만 지난해 총 1,088건의 행사가 열렸고 이 중 152건이 6월에 집중됐다. 특히, 현충일이 낀 6월 첫째 주에는 하루 평균 10여 건에 달하는 추모 및 참배 행사를 현충원 의장대가 지원했다.
현충원 의장대에서 파견 근무 중인 천우섭 병장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평소보다 더 엄숙한 분위기 속에 참배객을 맞고 있다”며 “조국을 위한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우리가 없다는 것을 되새기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군 의장대 소속 나종현 병장은 “의장대원은 하루에 3가지 총을 든다. 아침에는 훈련용 총을 들고 의장 연습을, 오후에는 행사용 총을 들고 동작 시범을, 야간에는 전투용 총을 들고 국방의 임무를 수행한다”며 의장대원으로서의 남다른 자부심을 강조했다.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화려한 동작을 선보이는 의장대원들에게도 어려움은 있다. 주로 야외에서 행사가 진행되다 보니 한여름 폭염이나 매서운 혹한이 의장 임무 수행에 늘 걸림돌이다. 추모 행사 도중 감정을 억누르느라 애를 먹기도 한다. 육군 의장대 소속 임동환 상병은 “지난해 12월 대구에서 독도 구조헬기 추락 사고 희생자 합동영결식이 있었는데, 당시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마다하지 않은 소방대원들을 생각하니 감정이 북받쳐 올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의장대는 국가적 행사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 등에서 일반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기회를 늘려 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봄(4월~6월), 가을(10월~11월) 매주 한 차례씩 전쟁기념관과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열리는 의장 행사를 들 수 있다. 무게 3㎏이 넘는 M16 소총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로봇처럼 일사불란한 대열과 동작을 펼치는 의장대를 향해 시민들은 아낌없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처음 시작한 1997년 5월 이후 연간 40여만 명이 관람할 정도로 의장 행사는 인기가 높다. 다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열리지 못하고 있다.
해병대 의장대 소속 이강산 상병은 “국민들과 군이 함께 힘을 모아 코로나19 난국을 잘 헤쳐나갔으면 좋겠다”며 “하루빨리 국민들에게 의장대의 위용과 멋진 동작시범을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정준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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