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식욕조절 메커니즘 연구’로 삼성 지원 받는 김성연 서울대 교수
먹으면 배부름을 느끼는 건 뇌의 조화다. 체내 소화기관이 음식 섭취에 따른 영양분 농도 변화를 감지, 혈관(호르몬)이나 신경회로를 통해 뇌에 전달하는 ‘화학적 신호’가 이런 포만감 발생의 한 경로다. 또 다른 경로는 ‘물리적 신호’로, 음식물이 소화관을 지나며 가한 압력이 뇌 속 신경세포(뉴런)에 전달되는 방식이다.
수년 전부터 대가급 과학자들이 뛰어들어 연구 성과를 쏟아내고 있는 ‘화학적 포만감’ 분야와 달리, ‘물리적 포만감’ 부문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최근 30대의 젊은 국내 신경생물학자가 이끄는 연구팀이 이 분야 연구의 획기적 진전을 담은 논문을 발표하면서 “물리적 포만감 현상을 총체적으로 규명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김성연(35) 서울대 화학부 교수가 그 주인공으로, 김 교수는 앞으로 5년간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구에 매진한다. 과제명은 ‘물리적 포만감의 신경과학: 식욕을 조절하는 장-뇌 신호전달 연구’다.
김 교수는 4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물리적 포만감은 신경과학 분야의 블루오션(신시장)”이라며 “우리 팀은 연구에 필요한 모든 기술과 인프라, 인력을 갖췄고 선도적 연구 성과도 내놨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의 프로젝트 지원 결정에는 “한참 창의성이 빛날 30, 40대 연구자에게 이만한 규모의 지원을 해주는 기관이 거의 없다”며 감사를 표했다.
앞서 김 교수 연구팀은 소화기 내부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자극을 담당하는 특정 뉴런을 세계 최초로 발견해 지난 4월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관련 논문을 게재했다. 음식을 먹을 때 입, 식도, 위장에서 일어나는 자극이 말초신경을 통해 후뇌에 있는 해당 뉴런에 전달되고, 이 뉴런은 식욕 억제 신호를 만들어 먹는 행동을 그치게 한다는 것이 연구팀이 밝혀낸 내용이다.
연구팀은 이 논문을 출발점으로 △후뇌 뉴런은 식욕 조절 중추인 시상하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포만감과 공복감은 어떻게 경쟁해서 행동을 유발하는지 등을 규명해나갈 계획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식욕을 억제하는 신약이나 시술이 개발된다면 전세계 20억명에 달하는 비만 환자의 삶이 개선될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올해 상반기부터 지원할 연구과제 28건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김 교수를 포함한 기초과학 부문 14건, 소재 8건, 정보통신기술(ICT) 6건으로 총 388억5,000만원이 지원된다. 삼성전자는 국가 미래기술 연구 지원을 위해 2013년부터 10년 간 1조5,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589개 과제에 7,589억원의 연구비를 집행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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