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에 의해 7시간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갇혀 중태에 빠진 뒤 사흘 만에 숨진 9살 초등학생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어린이날까지 4차례나 계모에게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뒤 의식불명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했던 A군이 3일 오후 6시30분쯤 숨졌다.
병원측은 A군이 가방 속에 웅크린 자세로 장시간 갇혀 산소부족으로 장기 등이 손상돼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견을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A군의 사망으로 전날 아동학대범죄처벌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로 구속된 계모 B(43)씨는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경찰이 한달 전 A군이 계모에게 학대받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아 A군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군은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머리를 다쳐 계모, 친부와 함께 병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A군 몸에서 멍 자국 등 학대 정황을 발견한 의료진은 이틀 뒤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같은 달 13일 A군 집을 방문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경찰에 결과를 통보했다.
이후 경찰은 21일과 24일 친부와 동거녀를 불러 조사했다.
당시 조사에서 부부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지난해 10월부터 4차례에 걸쳐 때렸다”며 “많이 후회하고 있으며 훈육 방법을 바꾸겠다” 범행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모는 자신의 친자녀 2명도 함께 체벌했다는 내용도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A군이 친부 등과 떨어져 지내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아 분리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관련 상담기록을 넘겨받아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또한 친부를 상대로 그 동안 이뤄진 폭행에 얼마나 가담했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A군의 빈소는 유족의 뜻에 따라 부검이 끝나는 대로 천안이 아닌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차려질 예정이다.
한편 친부와 계모는 사실혼 관계로 지난해 1월부터 동거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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