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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톈안먼 추모 열기, 경찰 원천봉쇄에 온ㆍ오프라인 동시다발 시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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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톈안먼 추모 열기, 경찰 원천봉쇄에 온ㆍ오프라인 동시다발 시위로

입력
2020.06.04 17:5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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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대규모 집회는 사실상 무산될 듯

입법회, 中 국가 모독 처벌 법안 표결 통과

홍콩 범민주진영 소속 레이몬드 찬(오른쪽) 의원이 4일 입법회에서 국가법 3차 심사 도중 에디 추 의원이 의장석에 오물을 투척하자 곧이어 ‘살인정권은 영원히 악취가 난다’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다 경호원의 제지를 받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범민주진영 소속 레이몬드 찬(오른쪽) 의원이 4일 입법회에서 국가법 3차 심사 도중 에디 추 의원이 의장석에 오물을 투척하자 곧이어 ‘살인정권은 영원히 악취가 난다’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다 경호원의 제지를 받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톈안먼(天安門)시위 31주년을 맞아 4일 예고됐던 홍콩의 대규모 추모집회는 경찰의 원천봉쇄로 사실상 무산됐다. 1990년 집회 시작 이래 30년만에 처음이다. 범민주진영은 온ㆍ오프라인으로 전선을 확장해 곳곳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홍콩보안법 제정에 맞선 반대동력을 끌어올렸다. 홍콩 입법회(우리의 국회)는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던 ‘국가(國歌)법’을 강행 처리하며 압박의 고삐를 조였다.

홍콩 당국은 이날 오전 일찍부터 시내 곳곳에 무장경찰 3,000여명을 배치하는 등 추모집회 강행에 대비했다. 특히 지난해 범죄인인도법(송환법) 반대시위 당시 대표적 집결지였던 빅토리아공원을 비롯한 인근 홍콩섬 일대에 2,000여명을 집중 배치했다. 명분으로 내세운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이었다. 이에 따라 8명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하고, 7명 이하인 경우에도 목적이 같다고 판단될 경우 해산하도록 했다. 또 1.5m 이상 떨어져야 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반할 경우 개인은 2,000홍콩달러(약 31만원)의 벌금, 주최측은 2만5,000홍콩달러(약 390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6개월간 구류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주최측은 촛불 10만개를 사전 배포해 홍콩 100개 지역과 온라인 공간에서 동시다발로 시위를 준비했다. 리척얀(李卓人)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주석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비바람이 불더라도 매년 빅토리아공원에서 추모집회를 개최했다”며 “올해는 경찰이 금지했지만 우리는 촛불집회를 열어 전통을 지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들은 톈안먼 사태가 발발한 1989년을 기리는 의미로 오후 8시9분부터 1분간 묵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주최측은 경찰의 강제해산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날 늦게까지 빅토리아공원 내 집회를 시도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진선은 “경찰이 추모집회를 금지하는 초유의 사태에 처했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의 뜻을 표하고 정의를 위해 투쟁하자”고 독려했다. 빅토리아공원은 지난해 6월 9일과 16일 각각 103만명과 200만명이 운집해 송환법 반대 시위가 진행된 곳이다. 지난해 톈안먼 시위 30주년 집회에는 18만명이 모였다.

이처럼 시위대와 경찰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홍콩 입법회는 이날 국가법 3차 심의에 이어 표결에 부쳐 41대 1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ㆍ조롱하거나 원래 취지와 맞지 않는 곳에서 사용할 경우 최고 징역 3년이나 5만홍콩달러(약 78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국가가 연주될 때 가슴에 손을 대는 미국식 경례를 금지하고 중국식으로 차렷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날 항의 표시로 민주진영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한데다 입법회 과반의석을 친중파 진영이 차지하고 있어 법안은 예정대로 처리됐다. 홍콩 야당은 “국가법 조항에 애매모호한 내용이 많아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반발했다. 회의 도중 에디 추(朱凱迪) 등 2명의 야당 의원이 악취 나는 생물비료를 의장석에 투척해 법안 심사가 중단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한편, 홍콩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가 보안법 제정에 맞춰 18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본ㆍ자산을 홍콩 밖으로 빼낼 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70%에 달했다. 미국이 중국 압박용으로 홍콩 특별지위 박탈을 공언한 데 대해서도 ‘상황을 관망하겠다’는 대답(74%)이 ‘대홍콩 투자를 줄이겠다’(18%)를 압도했다. 그러면서도 응답자의 60%는 외국기업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보안법 자체에 대한 견해는 ‘매우 우려’(53%), ‘약간 우려’(30%), ‘걱정 없다’(17%) 순이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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