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터ㆍ클린턴ㆍ부시ㆍ오바마 전 대통령
잇달아 평화시위 지지 입장
흑인 남성 사망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전직 대통령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인종 차별을 규탄하고 미국 사회에 과감한 변화를 촉구하는 한편, 미국인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군 투입까지 거론하며 분열의 메시지만 발신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반대되는 행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진행된 타운홀미팅에서 이번에 표출된 분노를 계기로 사회의 변화를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그는 “언젠가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에 대한 관심도 사라지고 시위대 규모도 줄어들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현재 모인 사회적 동력을 실제 변화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흑인 사회에 대한 경찰의 공정한 법 집행과 신뢰를 증진할 정책적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폭력 시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도 “거리에서 평화적이고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시위대에 대해선 미국인들이 감사해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는 “변화가 오고 있으니 희망을 잃지 말라”고 했고, 시위를 비판하는 미국인을 향해선 “모든 진보와 자유는 기존 질서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이해를 당부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이날 부인 로잘린 여사와 공동 성명을 발표해 평화적 시위와 사회 시스템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희생자 가족과 더불어 만연한 인종차별과 노골적 잔인함에 절망감을 느끼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한다”며 “인종차별의 부도덕성을 집중 조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지아주(州) 출신인 카터 전 대통령은 “남부 출신 백인 남성으로서 흑인이 겪는 불평등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가 국민을 위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미국의 42대 대통령 빌 클린턴은 시위가 격화하기 시작한 지난달 30일 긴급히 성명을 내고 인종차별이 만연한 미국의 현실을 개탄했다. 그는 “마틴 루서 킹이 57년 전 꾸던 꿈이 오늘날 더 멀어졌다”며 “아무도 플로이드처럼 죽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를 자유, 존중, 존엄성, 무고한 사람으로 동등하게 바라봐야 한다. 분열과 지배, 대결구도, 책임전가로는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고 태도 변화를 당부했다.
공화당 출신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일변도’ 대응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일 성명을 내고 “인종차별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상처받고 슬퍼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며 “침묵시키려는 이들은 미국의 의미를, 미국이 어떻게 더 나은 곳이 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증오와 분열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는 또한 “모두를 위한 정의를 확보하는 것은 모두의 의무”라면서 정의에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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