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다섯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을 뒤흔들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부족 비판에 대한 책임을 무마하기도 전에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인한 인종 차별 문제가 터지면서 흑인 사망 항의 시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에 악재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 항의 시위가 전국적으로 터지는 가운데 스윙 스테이트(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쟁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폭스뉴스가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애리조나ㆍ오하이오ㆍ위스콘신주(州)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애리조나ㆍ텍사스ㆍ오하이오ㆍ펜실베이니아ㆍ위스콘신ㆍ미시건에서 패할 경우의 수를 각각 분석했을 때 대선 당시 승리했던 모든 주에서 승리한다 하더라도, 연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미국 여론조사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몬머스대가 지난달 28일부터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전 부통령의 지지율은 52%,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1%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미 언론은 코로나19 사태가 봉합되기도 전에 터진 인종차별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일 “이미 도전적인 한 해를 마주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위 확산은 또다른 새로운 시험대를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문제 극복을 외치는 전국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시위 주도 세력을 ‘폭도’ 등으로 규정하며 오히려 이념대결로 몰아가고 있다. 이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전투용 헬기가 사망 규탄 시위대를 향해 저공 위협 비행을 한 데에 대해 “문제는 헬기사용이 아닌 방화범ㆍ약탈자ㆍ범죄자ㆍ무정부주의자”라고 시위대를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진 사이에서는 3년 전 17명의 사상자를 낸 ‘샬러츠빌 폭동’ 재현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기인 2017년 8월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유혈 사태로 번져 미 전역에서 인종주의 논쟁이 촉발됐을 당시에도 강경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대혼란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분열과 증오의 전략을 내세우는 양상이다. NBC방송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대통령의 주요 표심인 흑인과 중도 백인 간 갈라치기 전략을 쓰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종 간 갈등을 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적 기회로 삼으려고 한다는 분석이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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