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ㆍ요미우리신문 공동 여론조사]
안전보장 관련 美와 관계 韓 48% “강화를” 日 62% “이대로”
“中과 관계 나쁘다” 일본인 70%, 한국인 43%
미중 충돌이 신(新)냉전 수준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국ㆍ일본 국민 10명 중 6명은 “미국이 중국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양국 모두 10명 중 8명은 “중국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일 양국이 군사 위협을 느끼는 국가로 북한과 중국을 각각 1, 2위로 뽑은 것과 무관치 않다. 주변국에 노골적으로 ‘줄서기’를 압박하는 미중 패권 다툼 속에서 한일 양국은 모두 안보를 주축으로 한 전통적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모습이다.
향후 “미국이 중국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는 응답은 한국 61.3%, 일본 67%였다. 일본에선 미국을 택한 응답이 지난 5년간 70% 안팎이지만 소폭 하락 추세다. 반면 한국에선 박근혜 정부 때인 5년 전만 해도 미국(36.3%)보다 중국(56.9%)을 택한 응답자가 많았으나, 올해는 미국(61.3%)을 택한 응답자가 중국(29.0%)의 두 배를 넘었다. 추이는 다르지만 상시화ㆍ장기화하는 미중 갈등 국면에서 한일 양국은 미국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음이 뚜렷해 보인다.
이는 한일이 공통적으로 북한ㆍ중국을 주요 군사 위협으로 인식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미중 갈등이 한반도 정세에도 상당한 여파를 미치는 상황에서 한미ㆍ미일동맹과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근간으로 한 전통적 안보동맹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현실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인은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북한ㆍ일본 중 군사 위협을 느끼는 나라(복수 응답)를 묻는 질문에 북한(63.2%)과 중국(51.0%)을 각각 1, 2위로 꼽았다. 이어 일본(35.0%), 러시아(23.5%), 미국(19.5%) 순이었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 등의 대화 국면이 조성됐던 2018년 조사에선 2위였으나, 지난해부터 최대 군사 위협국으로 꼽혔다. 일본인은 북한(79%)과 중국(77%)을 거의 비슷하게 꼽았고, 러시아(59%), 미국(34%), 한국(27%) 순이었다.
다만 향후 안전보장에 있어 미국과 외교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응답에는 한일 간 인식 차가 뚜렷했다. 한국에서는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48.2%인 데 비해 일본은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응답(62%)이 과반이었다. 한국은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지연이 한미동맹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 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대미관계에 있어 ‘현상 유지’를 택한 일본 측 결과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일본 내 비호감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과의 관계(한중ㆍ일중)를 묻는 질문에 일본 국민들은 “나쁘다”는 응답이 70% 이상으로 압도적인 반면 한국 국민들은 “좋다”(48.7%)와 “나쁘다”(43.4%)가 비슷했다. 정관철 한국리서치 부장은 “한중관계가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개선된 부분이 있고, 특히 올해에는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큰 이슈가 없었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한중 관계에 대해 “나쁘다”(63.2%)는 응답이 더 많았는데, 이는 조사 당시(2019년 5월)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불투명해진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일 모두 대중(對中) 신뢰도가 매우 낮았다. 중국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한국에서 19.0%였고, 일본은 14%였다. 특히 한국은 사드 사태 이후 대폭 감소한 중국에 대한 신뢰도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은 지난 5년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지속적으로 80%대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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