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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하나은행, 고객정보 유출해 ‘불완전판매 면피’ 자문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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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단독] 하나은행, 고객정보 유출해 ‘불완전판매 면피’ 자문 받았다

입력
2020.06.08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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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펌 자문 이후 DLF 민원Q&A 제작 

 서류조작ㆍ대리가입 등 모범답안 담겨 

 당국 “위법한 정보 유출” 판단 근거로 

DLF 피해자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 회원들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DLF 사태와 관련해 하나은행장 사퇴 촉구 및 부실한 자율 배상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DLF 피해자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 회원들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앞에서 DLF 사태와 관련해 하나은행장 사퇴 촉구 및 부실한 자율 배상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투자 피해고객 1,000여명의 금융거래 정보를 자문 법무법인에 유출해 ‘금융실명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하나은행(본보 5일자 1면)이 이 정보로 로펌에서 받은 자문은 ‘DLF 불완전판매 은폐 전략’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실명법은 ‘업무상 필요한 거래정보’만 예외적으로 고객 동의 없이 제공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고객 거래정보를 ‘고객의 피해 복구’보다는 ‘스스로의 책임 면피’ 목적으로 적극 활용한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이런 하나은행의 의도는 아예 ‘검사 방해’로 인정돼 금융당국에서 이미 제재를 받기도 했다.

 ◇고객 정보로 PB 법률지원 자료 작성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하나은행은 DLF 피해고객 1,000여명(계좌 기준 1,936개)의 수십 가지 거래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로펌에 넘긴 행위가 “실명법 위반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DLF 민원이 늘어나기 전부터 영업점 프라이빗뱅커(PB)들이 고객 대응을 해야 해 법률적 지원을 위해 판매 계좌에 한해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PB들의 민원 응대와 법률 상담을 위해 최소한의 정보를 △평소 포괄적 자문계약을 맺고 있던 로펌에 제공해, 법 위반이 아니라는 게 하나은행의 논리다.

실제 하나은행은 고객정보를 로펌에 넘긴(지난해 8월 8일) 후, PB들을 위한 Q&A 형태 자료를 만들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하나은행 한 간부는 “로펌에서 PB 법률상담 및 민원대응에 도움이 될 자료를 만들고 싶다고 제안해 동의했다”고 진술했다. Q&A 자료는 하나은행 직원들의 협조로 작년 8월 26일 완성됐다.

 ◇불완전판매 면피 요령 가득… “필요한 정보 제공 아니다” 

하지만 금감원은 하나은행의 행위가 ‘업무상 필요한 거래정보’의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고 결론 짓고 실명법 위반 관련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무엇보다 자문으로 받은 자료 내용이 사실상 ‘DLF 불완전판매 은폐’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자료 이름도 ‘PB 불완전판매 Q&A’다. 자료는 금감원의 검사를 전제로, DLF 불완전판매 관련 주요 쟁점을 6가지(△소개ㆍ권유 △판매독려 △서류작성 △상품설명 △사후관리 △대리가입)로 유형화하고 예상 문답 111개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은폐 의도가 의심되는 주요 부분은 ‘서류 작성’과 ‘상품 설명’이다. 하나은행 PB들은 DLF 상품 판매시 ‘투자자 정보 확인서’를 마음대로 작성해 고객의 투자성향을 조작했고, 투자설명서도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지난해 금감원 검사에서 확인됐다.

하지만 Q&A 자료는 PB가 서류를 조작한 것에 대해 ‘손님 편의를 위해서였다. 분명히 손님에게 설명하면서 손님 의사에 맞는 부분에 대신 체크해 드린 것일 뿐’이라고 답변할 것을 추천했다. 투자설명서를 제공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선 ‘평소 늘 교부해와서 손님에게도 교부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마도 표시는 실수로 빠진 듯 하다’는 모범 답변을 제시했다.

심지어 ‘대리 가입’ 부분에선 아예 ‘발뺌’을 주문하기도 한다. Q&A 답변을 제시하기 전에 ‘이하 답변은 금감원 조사역이 관련 증거를 제시하는 경우임. 그 전에는 1차적으로 “그런 적 없다” 또는 “기억 없다” 취지의 부인 답변 필요’라고 주의를 줬다.

실제 지난해 DLF 사태 와중 금감원 검사반이 면담할 때와 금감원 분쟁조정국이 민원조사를 진행할 때, 하나은행 PB들은 이 Q&A 자료에서 제시한 답변대로 답했다.

하지만 지난해 금감원은 하나은행의 Q&A 자료가 “불완전판매 등 불법행위를 은폐하려면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모범답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금감원은 하나은행의 ‘PB 불완전판매 Q&A’와 관련된 일련의 행위를 ‘검사업무 및 분쟁조정 방해’로 보고 제재안에 포함시켰고, 이는 제재심의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원회를 거쳐 모두 인정됐다.

금감원은 이런 점을 종합 고려해 하나은행이 애초 DLF 피해고객 거래정보를 로펌에 넘긴 행위가 금융실명법상 허용되는 ‘업무상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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