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베 흔들리는 사이… ‘포스트 아베’ 선두 이시바 보폭 넓혀
알림

아베 흔들리는 사이… ‘포스트 아베’ 선두 이시바 보폭 넓혀

입력
2020.06.09 13:00
16면
0 0

이시바 전 간사장, 최근 당내 보폭 넓히기 시동

차기 총재선거 염두 당내 우군 확보 행보 해석

유임 불투명한 니카이 간사장과 제휴 여부 주목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급락 중인 가운데 경쟁관계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당내 보폭을 넓히기 시작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후보 1순위로 꼽힌 그가 우군 확보를 위해 합종연횡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 ‘니카이파’ 수장에 손 내민 이시바

이시바 전 간사장은 8일 국회에서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과 회담했다. 9월 이시바파(派) 정치자금 모금행사에 강연자로 초청하기 위해서다. 이시바파 행사에 다른 파벌 의원을 강연자로 초청한 것은 처음일 만큼 이례적인 행보다. 이를 수락한 니카이 간사장은 이시바 전 간사장에 대해 “당내 가장 노련한 정치인 중 한 명”이라며“앞으로 더 높은 곳을 목표로 정진하길 바라는 기대주”라며 덕담을 건넸다.

당 안팎에선 두 사람의 제휴가 아베 총리의 구심력이 현저히 저하하는 가운데 당내 역학구도 재편으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 대응과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의 ‘내기 마작’ 스캔들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아베 총리가 내년 9월까지인 임기 이전 퇴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와 오랜 숙적 관계다. 2012년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국회의원과 당원투표를 합산한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국회의원 표만으로 승부를 겨루는 2차 투표에서 아베 총리에 밀렸다. 2018년 총재선거에서 재격돌했지만 아베 총리가 낙승을 거둔 바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5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25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총재 등극 위해선 소수 파벌 한계 극복해야

그러나 아베 총리의 지지율 하락을 계기로 이시바 전 간사장의 주가는 오르고 있다. 지난달 산케이신문과 이달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아베 총리를 따돌리며 차기 총리 적합도 1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과 달리 그가 최근 아베 총리 비판에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이다.

그는 7일 BS아사히에 출연해 “(야당 의원이) A를 물으면 (아베 총리가 논점을 흐리면서) B라고 답하거나 각료석에 앉아 야유를 던지는 것은 국민이 납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자민당은 끝장나고 말 것이란 위기감을 갖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최근 코로나19 대응이나 ‘내기 마작’ 스캔들로 사퇴한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전 도쿄고검 검사장을 둘러싸고 야당과 국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아베 총리를 겨냥한 셈이다.

그러나 현재 당내 파벌 구도상 이시바 전 간사장이 차기 총재에 오를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국회의원과 당원투표로 결정한다. 아베 총리는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7명) 출신인 데다 아소파(56명), 다케시타파(54명), 니카이파(47명), 기시다파(46명) 등과 두루 연계하고 있다. 반면 이시바파는 19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이 니카이파 수장에게 손을 내민 형국이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간사장 유임 여부에 아베 견제 나선 니카이

니카이 간사장이 이시바 전 간사장과 회동한 것은 오는 9월 예정된 자민당 당역 인사를 앞둔 ‘리스크 관리’라는 해석이 나온다.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해 9월 당역 인사에서 고령이라는 점을 이유로 교체설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유임됐다. 당시 아베 총리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을 간사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 아베 총리가 올해에도 사실상 ‘포스트 아베’로 점 찍은 기시다 정조회장을 간사장에 앉힐 가능성이 크다. 유임 여부가 불투명한 니카이 간사장으로서는 최근 주가를 높이고 있는 이시바 전 간사장과의 거리를 좁힘으로써 인사권자인 아베 총리에게 유임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니카이 간사장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총리관저 주도로 결정한 정부의 수입급감 가구당 30만엔 지급 방침을 전 국민 대상 10만엔 지급으로 전환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담당했다. 뿐만 아니라 아베 총리가 밀어붙이려다 거센 비판에 직면했던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 보류 결정에 앞서 만난 인사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총리관저가 코로나19 이후 각종 정책 결정을 주도하는 동안 니카이 간사장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등이 소외되면서 당내 역학 구도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니카이파 간부는 “(이시바파 행사에서) 강연을 맡았다고 해서 총재선거에서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실제 니카이 간사장은 그간 아베 총리의 총재 4연임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온 바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