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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ㆍ성장률 추락… 코로나에 더 빨라진 ‘수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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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ㆍ성장률 추락… 코로나에 더 빨라진 ‘수축사회’

입력
2020.06.10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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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축사회가 온다] 

 1차 베이비부머 730만명 은퇴 시작, 대체할 생산연령인구는 418만명에 그쳐 

 코로나 등 여파로 경제 성장도 멈칫… 전문가 “수축대책 지금 아니면 늦어” 

한국의 생산연령인구 급감
한국의 생산연령인구 급감

#. 올해도 65만명의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제주도 인구만큼이 사라진 것이다. 정부는 이대로라면 50년 안에 인구가 1,800만명까지 줄어들 거라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생산연령인구도 갈수록 줄면서 경제성장률은 벌써 수년째 0%대다. 백신 없는 신종 바이러스가 3~5년마다 주기적으로 유행하면서 수출도 악화일로다. 미국, 유럽, 중국 등이 해외 생산시설을 다투어 자국 영토로 옮기면서 한국 상품을 찾는 수요는 점점 줄고 있다.

30년 뒤 대한민국의 미래는 이런 풍경일지 모른다. 근거 없는 상상이 아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1명이 채 안 되는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지난해 0.92명)을 근거로 80년 후인 2100년 대한민국 인구가 1,800만명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급속한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를 이유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30년대 1%대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한국은 한국전쟁 후 70년간의 경제ㆍ인구 팽창 시대를 지나 이제 본격적인 ‘수축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지금의 속도를 방치할 경우, 앞서 그려본 가상 현실은 충분히 실제 상황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속히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적응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보지 않은 길 ‘수축 경제’ 

9일 정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산업화 이후 지난 50~60년간 석유파동,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특수 시기를 빼고는 꾸준히 성장해 왔다. 전세계가 ‘폐허를 딛고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 코리아’를 칭송하는 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하지만 빛의 속도로 줄어드는 출산율에 더해, 글로벌 교역까지 악화되면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지난 20년 사이 절반(2000년대 초 5.1%→2019년 2.5%)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까지 덮쳤다. IMF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코로나 사태가 올해 하반기에도 진정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역성장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국제기구들의 공통 전망이다.

세계 양대 경제대국 미국과 중국이 2차 무역전쟁을 벌일 조짐도 한국의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닥칠 수축사회를 코로나 사태가 재촉하고 있는 셈이다.


 ◇인구 ‘미끄럼틀’, 올해부터 본격화 

올해는 한국이 인구 수축을 가속화하는 첫해가 될 게 확실하다.

당장 생산연령인구가 급감한다. 올해부터 730만명 규모의 ‘1차 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된다. 반면 이들 자리를 채울 2005~2013년생 인구는 418만명에 불과하다. 향후 8년간 우리나라 노동인구가 300만명 이상 줄어든 다는 얘기다. 노동인구 급감은 생산활동 위축으로 연결돼 성장률을 더욱 떨어뜨리게 된다.

IMF는 2018년 보고서에서 “노동인구와 고용이 급감하면서 2020년대 한국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은 2.2%로 떨어진 뒤, 2030년대 이후에는 1%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구 자연감소도 올해부터 본격화될 태세다.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다섯 달 연속 사망자를 밑돌고 있다.

특히 가임기 여성(15~49세)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2년째 이어갔다. 인구 유지를 위해 필요한 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구 감소는 생산은 물론 소비 자체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경제에 치명적이다. 특히 경제뿐 아니라 국방, 복지, 지자체 운영 등 국가 전 분야에 막대한 변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

 ◇아직 시간은 남았다 

문제는 우리가 수축 사회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더라도 당장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인구감소와 잠재성장률 하락 같은 문제는 단기 대책으로 쉽게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앞서 수축 사회에 접어든 몇몇 선진국이 있지만, 우리처럼 인구와 경제가 극적으로 쪼그라드는 나라는 없어 반면교사나 참고서로 삼기도 쉽지 않다.

다행인 것은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다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연구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인구 감소는 70만명 불과해 5,000만명 수준의 인구를 당분간은 유지하게 된다. 절대 인구는 어느 정도 유지하는 만큼, 사회ㆍ경제적 변화는 크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향후 10년이 인구 감소에 따른 사회ㆍ경제적 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할 마지막 기회라는 뜻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가 거의 줄지 않는 2020년대가 국가의 체질을 바꿀 마지막이자 절호의 기회”라며 “모든 사회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고 경제, 국방, 복지 등 사회 전분야에 몰아칠 변화에 대비할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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