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주고 “후원금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 약정
제보자 “나눔의 집, 정의연과 달라 수사 받아야”
정의기억연대에 이어 후원금 사용처 논란을 빚고 있는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을 할머니와 국민품으로 되돌려 달라는 청원의 글이 게재됐다. 현재 해당 글은 청와대 담당부서에서 심의 중이어서 청와대 홈페이지에 노출되지 않은 상태다.
해당 글은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생활안정과 복지를 명분으로 1992년 설립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내세워 걷은 후원금은 할머니들 대신 나눔의 집 이사진에게 사용됐다는 글도 담겼다.
나눔의 집 공익제보자 등에 따르면 9일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나눔의 집을 할머니와 국민품으로 되돌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들은 글에서 “후원금은 상근하지 않는 스님의 급여로 1억 원이 넘게, 출근 한번 한 적 없는 스님의 급여 5,300여 만원을 각각 지급하는 데 쓰였다”며 “이사장 스님의 개인부담 보험료와 자서전 구입비용이 수년간 후원금으로 지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할머니들은 ‘월 10만원을 받는 대신 후원금에 대해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약정서에 지장을 찍어야 했다”며 “본인이 원하는 나들이와 소풍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하면서 조계종이 주최하는 행사에는 언제든지 나가야만 했다”고 적었다.
공익제보자들은 “현재까지 현금 자산이 72억 원 쌓여 있음에도 10명의 할머니가 계실 때나 5명이 계신 지금이나 지난 20년 간 할머니 돌보는 간호사는 단 1명에 불과했다”며 “4명의 요양사가 2교대로 근무하는데 후원금이 아닌 여성가족부에서 할머니들에게 지급되는 간병비로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할머니들의 외식과 운동 치료 등 생활안정과 복지를 위해 후원금을 사용하자고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며 “오히려 ‘나눔의 집이 무슨 돈이 있어서 그런 것을 하느냐’는 비판과 해고 위협을 느껴야만 했다”는 내용도 적었다.
특히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 이사진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나눔의 집을 설립하였다고 하지만, 정관에 명시되어 있는 목적사업에는 일본군 위안부 해자 생활을 위한 사업은 명기되어있지 않다”면서 “후원금을 받을 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생활안정 및 복지를 내세우며 작년 기준 약 20억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았지만 정관 어디에도 피해 할머님들을 위한 내용은 없다”고 강조했다.
나눔의 집 이사회에서 이사진들이 발언한 내용들도 폭로했다.
이들이 밝힌 이사회 발언은 △할머니에게 쓰기로 한 돈을 절약해서 안 쓴 건 잘한 일 △대외적으로 할머니에게 지원하기로 한 돈을 안 쓰는 것에 대한 문제점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이제 더 들어올 사람이 없으니 후원금을 아껴 호텔식 요양원을 지어야 한다 △후원금을 정기예금으로 돌려 이자수익을 늘려라 등의 발언이 있었다고 했다.
이에 공익제보자들은 △할머니께서 살아계실 때 호텔식 요양원을 지어 잘 모실 수는 없는지△할머니들 다 돌아가시고 나면 할머니에게 쓰라고 준 후원금으로 호텔식 요양원을 지어야 하는지 △할머니에게 돈을 쓰지 않은 것이 칭찬받을 일인지 △할머니에게 후원금을 어떻게 사용할지가 아닌 후원금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외부의 시선이 논의되는지 △후원금으로 이자수익을 늘려야 하는지 등을 되묻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나눔의 집은 불교계의 주도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사진 3분의 2는 조계종의 승적을 가진 스님이며, 운영진도 모두 불교계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생활안정 및 복지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눔의 집은 단순한 요양시설이 아니다”며 “나눔의 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님들의 생활로 인해 수많은 기록과 유품 그리고 그에 관한 기억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눔의 집은 호텔식 요양원이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전쟁 후 전쟁피해자의 삶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역사의 장으로 발전 계승돼야 한다”며 “이보다 앞서 현재 생활하시는 할머니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기부금품법에 따른 등록 없이 20년 넘게 118억원 후원금 모집행위와 후원금 사용행위에 위법성이 없는 지 철저한 수사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의 정관 공개 △관리감독기관인 광주시와 경기도, 수사기관들의 방조에 대한 책임 있는 조사 등을 요구하며 글을 마쳤다.
공익제보자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나눔의 집을 이제 할머니들께, 국민께 돌려 드리는 것이 맞다”며 “청와대에 글을 올린 것은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세력이 있는 것 같고, 정의기억연대와 다른 기관이라는 점을 공식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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