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부의 인구대책 핵심 기구인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제4차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2021년부터 5년간의 중장기 핵심과제를 제시할 제4차 계획은 2018년 위원회가 ‘포용국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로드맵’에서 제시한 ‘성평등 구현’과 ‘삶의 질 제고’라는 패러다임을 구체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새 패러다임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논의되는 의제는 ‘일하는 모든 부모를 위한 보편적 일ㆍ생활균형 추진 방안’이다. 이는 제4차 계획 논의에 앞서 전문가들이 강조한 ‘성평등한 노동ㆍ돌봄’의 기초를 놓는 작업이다. 위원회는 노동시장의 성평등을 제고하는 것은 물론,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남성의 돌봄참여 여지를 확대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이를 위해 △현재 남녀 육아휴직의 낮은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동안 중앙정부 중심으로만 집행된 저출산대책에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도시ㆍ농촌별, 각 지방자치단체별 저출산ㆍ고령화 현상이 다른 만큼 이에 맞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저출산위 위원인 문정희 부산여성가족개발원 연구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통해 지자체별 대응시스템이 빠르고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만큼 지역의 자율적 권한을 확대할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변화하는 가족형태에 맞춘 지원방안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다. 소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입각한 저출산 정책은 한부모ㆍ다문화가족 등의 돌봄 사각지대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최근 가족다양성 분과위원회에서는 1인가구 지원책과 사실혼ㆍ비혼 동거가족을 위한 법적 보호도 논의 중이다. 다만 위원회가 동거가족과 관련해 얼마나 진전을 이룰 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프랑스의 ‘팍스(PACS)’와 같은 생활동반자제도가 출산율 제고에 큰 역할을 했지만 위원회 내부에서는 여전히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데는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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