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쉼터 소장 장례일에 열린 수요시위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 “우리 모두가 죄인”
검찰 수사와 언론 취재 비판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 소장 고(故) 손모(60)씨 장례식 뒤 연 수요시위에서 검찰의 과잉 수사와 언론의 취재 경쟁이 고인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비판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443차 정기 수요시위를 열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한 사람을 떠나 보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을 16년간 알뜰히 보살피고 항상 그들 뒤에 그림자처럼 서 계셨던 소장님, 당신이 있었기에 그들이 건강하고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 이사장은 고인과 주고 받은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소개하며 흐느끼기도 했다. 그는 “‘수고가 많아서 어쩌나요. (길원옥) 할머니는 식사 잘하시고 잘 계십니다’가 고인에게 받은 마지막 문자였다”며 “묵묵히 자신의 일에 충실했던 고인, 그 역할을 너무도 당연시한 우리를 용서해달라”며 눈물 흘렸다.
이날은 지난 6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소장 손씨의 시민장 마지막 날이었다. 오전에 발인이 엄수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100여 명이 수요시위에 참가했다. 현장에 놓인 손씨 추모 액자는 노란 국화와 장미 꽃다발이 감쌌다. 노란 달맞이꽃 수십 송이는 평화의 소녀상 주변에서 바람에 흔들렸다.
수요시위 시작에 앞서 고 김복동 할머니가 생전 고인에게 전했던 영상 편지가 소개되자 일부 참가자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영상에서 김 할머니는 “(손씨는) 천상에서 여기로 내려 보낸 사람”이라며 “지(자기) 할매한테도 이렇게는 못해. 다른 직원들은 다 가도 (손씨는) 항상 내 옆에 있어. 나한테는 남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언론과 검찰이 손씨를 죽음으로 몰았다는 정의연은 이를 ‘사회적 살인 행위’라고 주장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이사장은 “고인은 검찰의 과잉 수사, 언론의 무차별한 취재 경쟁ㆍ반인권적 취재에 힘들어하셨다”면서 “당신을 잃은 우리 모두 죄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죽음 뒤에도 사회적 살인에 대한 반성은커녕 카메라와 펜으로 다시 사자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을 일삼고 있다”며 “더 이상 한 사람도 잃지 않고 운동의 정신과 가치를 수호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시민단체들의 연대 추모사도 이어졌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미국워싱턴소녀상지킴이, 미국LA나비, 한민족유럽연대 등 국내외 단체들은 성명을 보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편 수요시위 시작 1시간 전부터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과 일부 시민들은 인근에서 “정의연 해체” “윤미향 사퇴” 등을 외치며 맞불집회를 열었다. 경찰의 통제로 양측 간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