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불확실성이 극심했던 4월에 월간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대출을 통해 현금 확보에 집중적으로 나서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4월중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4월 시중 광의통화량(M2ㆍ계절조정계열 평균잔액 기준)은 3,018조6,000억원으로 3월 대비 34조원(1.1%) 증가했다. M2가 3,0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가액(34조원) 역시 2001년 12월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4월 대비 증가율(원계열 기준)은 9.1%로, 이 역시 2015년 9월(9.4%)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대폭이다.
광의통화란 현금ㆍ요구불예금(협의통화)에 수시 입출식 저축성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채권과 기업어음(CP) 등을 포함한 지표로 사실상 곧바로 현금화가 가능한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통화량 확대의 주 원인은 급격히 늘어난 기업의 현금 수요다. 기업은 4월 한 달간 현금으로 22조2,000억원을 끌어 모았고, 보험ㆍ증권ㆍ카드사 등 기타금융기관도 10조3,000억원, 일반 가정과 소규모 자영업자 등도 7조3,000억원을 확보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기업의 현금성 자산 확보 노력으로 인해 신용공급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은이 같은 날 공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기업은 시중은행으로부터 3월 18조7,000억원, 4월 27조9,000억원, 5월 16조원을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간 총 62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5월 들어 13조3,00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반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3조6,000억원 늘어나 예년 대비 증가폭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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