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도’ 발언 비판에 한국 거론하며 자화자찬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자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적은 이유에 대해 민도(民度ㆍ국민 수준)를 언급해 비판을 받자, 이번엔 “한국과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말라”고 말했다.
1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소 부총리는 전날 중의원 재무금융위원회에서 코로나19 대응에 관해 “우리(일본)는 강제력이 없으니 한국과 같은 것으로 취급하지 말아달라”며 “한국은 엄하게 정해서 하고 있으니 ‘위반이다’라고 하면 바로 (벌금이) 얼마라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민도’ 발언이 지적을 받자, 갑자기 한국을 언급하면서 해명에 나섰다. 그는 한일관계를 비롯해 잦은 망언으로 일본 정계에서도 ‘망언 제조기’로 불린다.
당시 사쿠라이 슈(櫻井周) 입헌민주당 의원이 인구 대비 사망자가 일본보다 적은 한국과 중국, 대만과 비교할 경우 “일본의 민도가 동아시아에서는 최악이 된다”고 아소 부총리의 논리를 이용해 역공했다. 이에 아소 부총리는 ‘강제력’을 거론하면서 한국은 일본과 다르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앞서 4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서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미국이나 유럽 여러 국가보다 적은 것에 대해 “너희들만 약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는 전화가 자주 걸려 온다. 그런 사람들의 질문에 ‘당신의 나라와 우리나라(일본)는 민도 수준이 다르다’고 말하면 다들 입을 다문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처럼 록다운(도시봉쇄)을 시행하지 않고 사망자가 많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자화자찬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일본 국민의 수준이 높아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주장으로, 결국 사망자가 다수 발생한 국가와 지역은 국민 수준과 문명 발달 정도가 낮다는 의미여서 야당으로부터 ‘차별’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라구치 가즈히로(原口一博) 국민민주당 국회 대책위원장은 “각료는커녕 정치가의 자격이 없다”고 혹평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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