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이 부부, 선거 전 지방의원 등에 2억 뿌려
지지율 급락하는 가운데 또 다른 악재로 등장
검찰, 돈 출처 파헤칠 경우 정권에 타격 가능성
일본 검찰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측근인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무장관 부부 비리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과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 대응과 검찰총장 후보자의 ‘내기 마작’ 스캔들로 휘청거리고 있는 아베 총리에게 또 다른 악재가 될 전망이다.
히로시마지검은 가와이 전 장관이 지난해 7월 참의원선거에서 아내인 가와이 안리(河井案里) 의원의 당선을 위해 지방의회 의원 등에 현금을 건넨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요리우리신문은 10일 수사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가와이 전 장관 부부가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지방의원 등 100여명에게 2,000만엔(약 2억2,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가와이 전 장관 부부는 참의원선거 3개월 전에 실시된 통일지방선거 당시 지방의원들의 사무실ㆍ자택을 방문해 ‘격려’나 ‘당선 축하’ 명목으로 수십만엔씩의 현금을 건넸다. 대부분 남편인 가와이 전 장관이 현금을 지참했고 가와이 의원도 현금을 전달했다. 이들 부부는 관련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오는 17일 정기국회 종료 이후 이들을 입건할 방침이다.
문제는 검찰 수사의 과녁이 가와이 전 장관 부부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가와이 의원은 참의원선거 당시 자민당 중앙당으로부터 1억5,000만엔(약 16억6,000만원)의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는 같은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자민당 다른 후보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액수다. 아베 총리의 보좌관 출신인 가와이 전 장관의 부인을 당선시키기 위해 자민당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이 이 돈의 출처와 사용처를 파헤칠 경우 정권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그래서 나온다.
앞서 가와이 전 장관 부부는 참의원선거 때 선거운동원들에게 과도한 보수를 지급한 혐의로도 수사를 받아 왔다. 전날 히로시마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기소된 가와이 의원의 비서관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오는 16일 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검찰은 가와이 의원에게 연좌제를 적용해 당선무효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가와이 전 장관 부부를 둘러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벚꽃을 보는 모임’ 사유화 논란, 차기 검찰총장으로 점찍은 구로카와 히로무(黑川弘務) 전 도쿄고검 검사장의 낙마 등으로 궁지에 몰린 아베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가 편법으로 구로카와 전 검사장을 검찰총장에 앉히려고 했을 때도 이미 그를 방패 삼아 각종 측근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의 예봉을 피하기 위함이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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