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에 훈장… 독립 호국 반열로 의미 부여
文대통령, 대상자 일일이 호명
“엄혹한 시대에 울타리 되신 분들”
정부가 10일 전태일ㆍ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와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등에게 국민훈장을 수여했다. 민주주의 발전의 공을 기리는 차원에서다. 민주화운동 공로자에게 대대적으로 훈장을 서훈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화를 독립ㆍ호국의 반열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거행된 제33주년 6ㆍ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총 19명의 민주화 유공자에게 국민훈장(12명)과 포장(2명), 대통령 표창(5명)을 수여했다.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이들 중엔 ‘민주화 부모’라 불리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고 박정기 선생,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등이 포함됐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1988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창립을 이끌었던 고 조영래 변호사 등 9명의 고인에게도 모란장이 수여됐다.
상훈법은 ‘국민훈장은 정치ㆍ경제ㆍ사회ㆍ교육ㆍ학술 분야에 공을 세워 국민의 복지 향상과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란장은 총 5개 등급 중 무궁화장에 이어 두 번째로 등급이 높다. 청와대는 “대상자 선정은 민주화운동 유관단체와 시민단체의 추천을 통해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훈ㆍ포장 대상자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며 “실로 이름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이며, 엄혹했던 독재시대 국민의 울타리가 되어주셨던 분들”이란 말로 감사를 표했다. 또 “오늘 우리의 민주주의가 이만큼 오기까지 많은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며 “저는 거리와 광장에서 이분들과 동행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스럽게 기억한다”는 소회도 밝혔다. 포장 대상자엔 해외에서 인혁당재건위 사건 공론화에 앞장선 조지 오글 미국연합 감리교회 목사, 고 제임스 시노트 전 메리놀 외방선교회 신부 등이 포함됐다.
정부가 민주화에 기여한 이들에게 대대적으로 훈장을 수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훈ㆍ포장 대상에 ‘민주주의 발전 유공’ 부문을 신설한 데 따른 것이다. 이전엔 고 김승훈 신부 등 민주화운동에 기여한 인물들에게 개별적으로 사후 추서 형태의 훈장을 수여했다.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배가하는 이러한 시도는 민주화를 독립, 호국과 함께 ‘애국’으로 묶어, 대한민국 역사의 큰 축으로 삼으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과도 닿아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적어도 5ㆍ18민주운동과 6월항쟁의 이념만큼은 우리가 지향하고 계승해야 될 하나의 민주 이념으로서 우리 헌법에 담아야 우리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제대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문 대통령은 “애국과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뜻이 후손들에게 교훈이 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다. 위대한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념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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