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는 1919년 잡지사를 운영하던 언니를 따라 일본에 왔다가 한국을 여행하게 된다. 이때 만난 한국의 풍경과 한국인의 모습을 그림과 글로 남긴다. 정작 한국에는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가, 송영달 교수가 미국의 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면서 2006년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후 송 교수의 열렬한 발굴과 수집을 바탕으로 여러 전시와 방송을 통해 한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된다.
최근 출간된 ‘엘리자베스 키스의 올드 코리아 완전 복원판’(책과함께)에는 키스가 한국을 소재로 그린 수채화와 판화 85점이 빠짐없이 실렸다. 정교한 디지털 작업을 통해 원본에 가까운 색감을 구현해냈을 뿐만 아니라 ‘이순신 장군(추정)’이란 제목의 어느 무관을 그린 그림까지 그간 한번도 공개되지 않은 그림 다섯 점도 추가로 실렸다. 여기에 수집가인 송영달 교수의 해설이 더해졌다.
세대와 계층을 넘나드는 다양한 인물과 다채로운 의상 등을 통해 민중 문화를 감상하는 재미와 더불어, 일제 치하 식민현실을 바라보는 이방인의 안타까움과 거기에 스민 한국인에 대한 애정도 함께 느낄 수 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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