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운영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인 서울 마포구의 ‘평화의 우리집’에서 생활하던 길원옥(92) 할머니가 11일 퇴소했다. 길 할머니의 양아들인 황모 목사가 인천 자택에서 할머니를 모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연 등에 따르면 황 목사는 이날 오전 직접 길 할머니를 모셔 갔다. 황 목사의 지인 A씨는 “쉼터를 운영하던 소장 손모씨가 돌아가신 상황에서 자식 된 도리로 할머니를 모셔 가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씨는 지난 6일 경기 파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길 할머니는 평화의 우리집이 세워진 2003년부터 이곳에서 생활해 왔다. 길 할머니는 처음엔 “쉼터를 떠나지 않겠다”고 하다 황 목사가 이날 도착하자 길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당뇨 등 지병을 앓고 있는 길 할머니는 이곳 쉼터에서 손씨와 요양 보호사들의 돌봄을 받아왔다. A씨는 “길 할머니가 황 목사 자택에서 생활하실 예정이지만 황 목사가 요양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요양 보호사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아들이 모시고 간 것이니 잘 보살펴 주실 것이라 믿을 뿐이다”며 “저희도 황 목사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계속 할머니를 살펴드릴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 동안 마포 쉼터에 거주하던 위안부 피해자는 길 할머니 한 분뿐이었다. 이번에 길 할머니까지 퇴소하면서 마포 쉼터에 남아 있는 할머니는 아무도 없게 됐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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