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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주의 동물에 대해 묻다] ‘개잡이 논란’과 동물보호 의식

입력
2020.06.13 09: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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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심 지역의 개들. 가정에서 사육하면 반려견이지만 반려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형주씨 제공
비도심 지역의 개들. 가정에서 사육하면 반려견이지만 반려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형주씨 제공

얼마 전 주말, 서울 근교의 주말농장이 모여 있는 동네에서 야외에 탁자를 펴 놓고 벌어지는 술자리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주말농장에 온 김에 개를 ‘잡아서’ 술안주로 먹으려고 하는데, 개를 도살해 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그 곳에 와서 개를 잡아 주거나 개를 가져가서 도살할 곳이 있는지 알아보는 내용의 통화를 하다가 방법이 마땅치 않았는지, 대화는 ‘일행 중 여기서 개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로 흘러갔다.

“대화를 엿듣게 되어 죄송하지만, 지금 무슨 개를 어디서 잡으신다는 거죠?”

주위에 개는 보이지 않았고, 다가가서 말을 건네자 일행은 당연하게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만일 누군가 그 자리에서 개를 죽였다면 현행 동물보호법 위반이다. 동물보호법은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는 행위 등을 동물학대로 금지하고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법을 모르고 동물을 죽였다가 징역을 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차근차근 설명하는데도, ‘동물보호법’이라는 단어조차 처음 듣는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면 개를 도대체 어디서 잡느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었다.

몇 분간의 실랑이 끝에 그날의 ‘개잡이 논란’은 적어도 그 순간에는 끝이 났지만, 일행이 동물학대에 대한 이야기를 이해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문제는 이런 인식 차이가 아직 사회 곳곳에 만연하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급속도로 늘었고, 동물보호와 복지에서 이제 ‘동물권’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쓰이며, 비록 어류라도 낚시카페나 산천어 축제처럼 오락 목적으로 죽이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움직임까지 생기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발맞춰 정부와 국회도 동물보호법 등 관련 제도의 미흡한 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언론 매체에서도 동물에 대한 보도나 프로그램이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쏟아져 나온다. 공감하는 사람들의 반응도 뜨겁기 때문에 ‘아, 정말 인식이 많이 변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상황은 달라진다. 지역뿐 아니라 연령, 문화적 배경 등에 따라 동물보호에 대한 시민 인식은 큰 차이를 보인다. 정부에서 동물보호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일이라고 토로한다. 동물보호법 등 제도와 규정이 개선된다고 해도 애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알 도리가 없다. 시행된 지 6년이 지난 반려동물 등록제조차 시골에 가 보면 금시초문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변화하는 제도의 홍보도, 위반 사항에 대한 관리감독과 계도도 턱없이 부족하다. 당연히 동물복지 수준의 향상이 균형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정부 정책뿐 아니라 시민운동도 정말 인식 개선이 필요한 대상이 아니라 이미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의 응원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벌어지는 인식의 차이는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된다. 관리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동물을 줄이고 우리 사회의 동물복지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변화하는 정책을 홍보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지켜지지 않는 법은 결국 글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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