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학 1학기 수업 대부분이 온라인강의로 대체되면서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교육부가 연간 8,000억원에 달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의 용도 제한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대학들이 이를 통해 특별장학금을 지급할 여력이 확대되면 사실상 등록금 일부를 학생들에 돌려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오후 전남대에서 열린 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에 참석해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대학혁신지원사업비 집행 자율성 제고’ 계획을 설명하고 대학의 협조를 당부했다. 유 부총리는 “대학들의 어려운 재정 상황을 해소하고 2학기 준비를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사업비 집행기준을 정비하겠다”면서 “다가오는 2020학년 2학기에도 감염병 위험이 지속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각 대학이 원격수업 지원과 방역 관리에 사업비를 보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대학에 폭넓게 자율성을 주는 방안을 논의했고 협의회에서는 이 방향을 설명하고 대학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라며 “재정당국과 조율해 6월 안에는 (구체안을) 발표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체 지원비의 30%이내로 사용하도록 제안한 교육환경개선비 항목을 상향조정하고, 신종 코로나로 취소된 취업특강, 해외연수 등 교육사업 부문의 집행 자율성을 넓혀주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연구 환경 개선 등을 위해 올해 8,031억원 마련된 대학혁신지원사업비는 4년제 대학 143개교에 배정됐다. 대학 당 평균 50억원 규모이지만, 신종 코로나로 올 1학기 일부 사업 집행이 불가능해, 기금을 쌓아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학들은 용도 제한을 완화해 이 재원으로 학생들이 요구하는 등록금 환불 대신 특별장학금 지급하자는 제안을 교육부에 전달한 바 있다.
교육부는 “용도제한을 일부 완화하지만, 특별장학금 신설은 사업 취지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대학가는 이날 교육부의 혁신지원사업비 자율성 확대 방침에 대해 “정부가 등록금 반환요구에 어느 정도 화답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굳이 장학금 명목을 신설하지 않아도, 각 대학이 교비에서 마련해야 할 재원을 혁신지원사업비로 쓸 수 있기 때문에 교비에서 장학금을 신설할 여력이 생긴 셈”이라며 “다만 용도 제한 범위에 따라 대학이 쓸 수 있는 재원 규모가 정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학기 종강을 앞두고 대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요구가 거세지면서 정치권도 등록금 환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더 힘을 싣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지난 1일 대학교 등록금 환불 방안이 담긴 패키지법을 21대 국회 당론 1호 법안으로 국회에 제출했고, 정의당도 9일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학생 등록금 반환 지원 예산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여권인 열린민주당의 강민정 의원은 아예 구체적인 금액도 제시했다. 전국 대학생 195만1,093명에게 사립대 시설비 지출액 2개월 분인 20만원을 정부와 대학이 절반씩 부담하는 방향으로 정부지출액 1,951억900만원의 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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