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물과 인간’ 출간 박재학 서울대 교수와 안나 장안대 겸임교수
“서양 철학자 데카르트가 동물은 영혼이 없는 기계라고 했던 비슷한 시기인 1700년대 초 조선조 중기에는 이미 동물과 사람의 천성이 같은지 다른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박재학 서울대 수의대 교수와 같은 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안나 장안대 바이오동물과 겸임 교수는 11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동양은 동물의 학대가 일상화 되어있는 것처럼 조명되어 왔다”며 “하지만 실제론 고대부터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숙고하면서 동물을 이용하고 배려해 왔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10년 동안 서울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한국 실험동물학회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동물실험윤리와 복지를 연구해 온 인물. 박 교수는 인문학과 자연학의 융합에 관심을 갖고 수의학 연구에 뛰어든 안 교수와 최근 동물과 인간의 공존 방안을 다룬 책 ‘동물과 인간’을 발간했다.
조선조 중기에 발견된 인간과 동물에 대한 논쟁
이들은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중세의 데카르트, 칸트, 다윈에 이어 최근 피터 싱어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많은 철학자들이 동물과 인간을 고민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서구에서 시작한 동물에 대한 배려와 동물복지, 동물보호에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반면 중국을 비롯한 동양에서 개를 먹거나 야생동물을 약재로 사용하기 위해 남획하는 행위가 알려지면서 동양은 동물 학대를 일삼는 지역으로 인식됐다”고 했다. 하지만 데카르트 ‘인간에게는 영혼이 있지만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다’고 주장했던 비슷한 시기 조선조 중기 이간과 한원진의 인물성동이론(人物性同理論) 논쟁이 나왔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간은 사람과 동물이 다르고, 사람들 상호간에도 다른 것은 기질의 차이일 뿐이라고 주장한 반면 한원진은 사람과 동물의 본성이 다르다고 주장한 논쟁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들이 주장하는 것은 동서양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 안 교수는 “현대에도 인간은 동물을 이용하면서도 동시에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동물에 대한 마음 속 갈등 해결 실마리를 동양의 고전 속에서 찾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 춘추시대 안자에 대한 기록, ‘예기’에 나온 공자의 사례 등을 소개하면서 “동양에는 개를 잡아먹는 문화가 있었지만 이는 인간의 생존의 유지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며 “전반적으로 동물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고 덧붙였다.
토끼 안점막 대신 제브라피시를 선택한 이유?
박 교수는 특히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실험 동물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도 영장류를 비롯해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투구게까지 수많은 동물이 실험에 동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실험을 위해 코로나19를 걸리게 한 원숭이는 결국 죽음만 기다리게 된다”며 “동물실험의 잔인함을 어디까지 막을 것인지 고민해보고 실험 윤리를 지키면서 대체 실험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교수는 토끼의 안점막을 대신하기 위해 제브라피시를 이용하는 등 가능하면 하등 동물, 세포 등으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브라피시는 동물 실험에 무조건 이용해도 괜찮은 것일까. 이들은 “실험에 많이 이용되는 개와 쥐와 달리 물고기는 알을 낳고 체외 수정을 한다. 부모·자식 관계나 지능, 감각이 포유류와는 다르다”며 “고통을 덜 받는 개체를 받는 개체를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고통과 쾌락 느끼는 동물, 함께 공존할 공간 찾아야
우리나라를 비롯 일부 국가에 남아 있는 개 식용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박 교수는 “반려동물이 700만마리를 넘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황구가 우리 몸에 좋다는 속설은 그다지 와 닿지 않는다”며 “사람과 가장 친근한 동물인 개를 도축해 잡아먹는 것은 인간의 마음 속에 있는 측은지심의 선한 마음을 해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도록 축산법을 개정하는 한편 법 개정 전이라도 지방자치단체별로 개 식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들은 “동물이 고통을 느끼고 또 쾌락을 추구하는 열망이 있다는 걸 알면 동물과 사람이 공존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동물이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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