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한국, 청년들 옥죄는 굴레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준비하던 공무원 시험도 연기돼 너무 막막한 심정입니다. (서울시 청년수당 신청자 A씨)”
질병도, 경기 악화도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노린다. 경제 약자인 청년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고용 충격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었다. 대기업 공채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정규직 일자리는 물론, 통상 이들이 노동시장에 본격 진입하기 전 머물렀던 ‘아르바이트’도 대거 사라지면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 단기 일자리를 마련해 주는 등 ‘코로나 보릿고개’를 견디고 있는 청년들의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청년층의 구직난은 신종 코로나로 더 가속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29세의 고용률은 42.2%로 전년 동월 대비 1.4%포인트 하락했다. 5월 청년층의 취업자 수도 377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만3,000명이 줄었다. 통계청은 신종 코로나로 상반기 채용, 면접이 연기돼 취업자가 감소했고 특히 대면 서비스업 중심으로 업황이 부진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20대가 취업 전 주거비, 생활비 마련을 위해 주로 종사했던 업종의 단기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카페ㆍ영화관 등 판매직, 단순 사무ㆍ서비스직, 문화예술ㆍ공연계, 학원 등 교육계에서 신종 코로나로 인한 ‘매출 감소’ ‘영업 중단’ ‘행사 취소’가 빈번했다. 당장 청년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질 좋은 단기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기업 같은 좋은 일자리도 상시ㆍ경력 채용으로 많이 바뀐 상황에서, 청년들이 취업을 할 때까지 버티도록 하는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도 사라지고 있다”며 “경력을 인정 받으며 생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공기관들이 청년 인턴 자리를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비경제활동인구’ 중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증가 추세인 것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2020년 5월, 20대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8%(10만5,000명)가 늘어 전 연령대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신종 코로나로 실업자보다 근로 의욕을 잃어버린 비경제활동인구가 더 늘어나는 특징을 보인다”며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같은 구직 촉진 수당의 물량을 대폭 확대하고, 조건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군 이래 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라 불리는 현 청년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이들을 겨냥한 획기적인 사회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층은 그간 실업한 경험이 있거나 구직 활동을 증명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 실업부조에서 소외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좋은 일자리에 진입하기 위해 교육을 받거나 시민활동, 봉사활동을 하는 일련의 활동도 구직 활동으로 인정하는 ‘참여소득제’ 등 지금보다 훨씬 완화된 청년 지원 정책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