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관측된 지 5일 만에 깃대째 사라져
김여정 ‘군사 행동’ 담화 이후 긴장 고조
북 최전방 초소의 작은 변화에도 관심
북한군 최전방 초소에서 인공기와 최고사령관기가 사라졌다. 임진강 너머 북한 황해도 장단면에 위치한 해당 초소는 지난 9일 인공기와 최고사령관 깃발이 초소 양 옆에 게양돼 있었으나 그로부터 5일 만인 14일 두 깃발이 모두 깃대째 제거된 모습이 관측됐다. 최고사령관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징한다.
깃발 제거의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최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공개적으로 ‘군사 행동’을 예고하면서 북한의 무력 도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시점이라 주목된다. 북한군 최전선 초소에서 최고 존엄을 상징하는 두 깃발을 제거한 것이 군사 행동을 염두에 둔 선행 조치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눈에 잘 띄는 깃발을 걸어둘 경우 유사시 쉽게 표적이 되거나 최고 존엄 깃발이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에 도발을 앞두고 미리 제거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가 남북간의 긴장 고조 상황과 아무런 관계 없는 사소한 일상일 가능성도 크다. 북한 내 기념일 등 자체 일정에 따라 게양과 하기를 반복한 것일 뿐, 어떤 군사적 태세 변화도 내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군 당국 역시 이날 “군사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북한군 초소는 그 동안 경우에 따라 인공기나 최고사령관기를 게양하기도 하고 걸지 않기도 했는데, 이를 군사 도발 이력과 연계하기는 어렵다.
이날 해당 초소 인근의 다른 초소에서도 아무런 깃발이 보이지 않았다. 최근 말끔하게 보수한 원형구조 초소 역시 인공기나 최고사령관기를 걸어두지 않았다. 남북 양측 초소가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위치한 이곳은 서로의 움직임을 육안으로 파악할 수 있을 만큼 가깝다.
가까운 만큼 한눈에 관측되는 북측 풍경은 적막했다. ‘선전마을’이라 불리는 마을의 건물들은 회색으로 칠한 비슷비슷한 형태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데 이날 정오경 인기척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공공건물로 보이는 2층 건물 만이 새로 칠한 하늘색 페인트가 반짝거렸는데, 건물 중앙에 ‘김정은 장군님 만세!’라는 대형글씨가 확연히 눈에 들어왔다.
한편, 김 제1부부장은 13일 담화를 통해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볼게 될 것”이라며 “다음번 대적 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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