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9회말 터진 노태형의 끝내기 안타를 앞세워 ‘디펜딩 챔피언’ 두산을 상대로 지긋지긋한 18연패를 끊어냈다. 이 승리로 한화는 프로야구 역대 최다연패 신기록과 ‘아시아 최다 연패’ 치욕을 면하게 됐다. 한화는 이어 진행된 두 번째 경기에서도 2-3로 승리, 두산에 ‘시즌 첫 연패’를 안기며 연승에 성공했다.
한화는 1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KBO리그 두산과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7-6 값진 승리를 챙겼다. 이날 경기는 전날(13일) 우천으로 서스펜디드가 선언돼 두산이 4-3으로 앞선 3회말 한화 공격 정은원 타석부터 다시 시작됐다.
경기 시작부터 한화는 총력전을 펼쳤다. ‘첫 투수’로 김범수를 냈는데, 김범수는 지난 11일 부산 롯데전에서 65구를 던지고 이틀밖에 쉬지 못한 상태였다. 무리라는 걸 알면서 투입한 것이다. 최원호 감독 대행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김범수 투구 수를 생각하면 사실 등판하면 안 된다”면서도 “두산 타자들이 파워피처에 약하다. 시속 140㎞ 후반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김범수)가 확률이 높았다”라고 설명했다. 김범수는 두산전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좋았다. 김범수는 이날 4회초부터 등판, 57구를 던지며 3.1이닝 동안 1실점(4피안타, 3볼넷)으로 호투했다. 한화는 4회말 최재훈이 우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이어진 5회초 김재환에게 1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다시 4-5로 밀렸다.
7회초 1사 만루가 고비였다. 한화 마운드에는 두 번째 투수 김진영. 이미 첫 타자 김재호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였다. 김진영은 그러나 박세혁을 빠른 공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급한 불을 껐고, 후속타자 정수빈까지 떨어지는 변화구로 삼진을 잡아냈다. 한화 벤치에서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고 분위기가 급반전하기 시작했다. 한화는 이어진 7회말 1사 1ㆍ2루에서 정은원이 베테랑 좌완 이현승과 8구까지 가는 승부 끝에 2타점 적시타를 쳐내며 6-5로 승부를 뒤집었다.
한화는 8회 정우람을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두산도 만만치 않았다. 이유찬의 적시타로 결국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승부는 9회말 한화의 마지막 공격에서 갈렸다. ‘무승부’ 분위기가 짙어진 2사 2ㆍ3루에서 올해 처음 1군에 데뷔한 노태형이 두산 마무리 함덕주의 6구째를 밀어쳐 경기를 끝냈다. 노태형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길었던 연패를 끊는 데 일조한 것이 정말 기쁘다”면서 “야구 선수로서 한화 팬들에게 기억되는 선수가 되자는 마음이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한화는 이어 열린 두 번째 경기에서도 에이스 서폴드의 호투와 최재훈의 홈런을 앞세워 3-2로 승리했다. 특히 3-0에서 3-2까지 추격을 허용한 7회부터 박상원, 황영국, 문동욱이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승리를 지킨 장면이 압권이었다. 두산이 연패를 한 것은 올 시즌 처음이다.
경기장 밖에서도 눈물겨운 응원전이 이어졌다. 한화 팬들은 이날 대전 구장 인근 보문산 정상에서 대형 한화 깃발을 흔들며 끝까지 응원했다. 일부 팬은 대전구장 앞에서 연패 탈출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기도 했다. 인터넷 접속창에도 동시 접속자 15만, 누적 재생수는 350만에 달하는 등 포스트시즌 열기를 방불케 했다.
한편, 연패에서 탈출한 한화 구단은 이날 임직원 일동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화는 사과문에서 “연패와 무기력한 경기로 허탈감과 큰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이른 시일 내 팀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와 쇄신 방안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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