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ㆍ인도 간 지도 싸움에 중국까지 끼어들어
네팔과 인도 간 영토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 역할을 하는 작은 마을 세 곳의 지도 표기가 불을 당겼다. 여기에 중국ㆍ인도 간 해묵은 국경 분쟁, 네팔의 친중(親中) 행보 등이 뒤섞이면서 국경을 맞댄 중국ㆍ인도ㆍ네팔 세 나라가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모양새다.
중동 매체 알자지라는 14일 “네팔 하원이 전날 인도와의 분쟁지인 칼라파니ㆍ리푸레크ㆍ림피야두라를 자국 영토로 포함한 새 지도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상원 통과가 유력한 이 지도는 이후 대통령의 승인이 이뤄지면 헌법상 국가 상징 지도가 될 전망이다. 해당 지역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인도는 “네팔의 이번 행동은 일방적인 것으로 역사적인 사실이나 증거에 기초하고 있지 않다”고 강력 반발했다.
논란이 된 분쟁 지역 세 마을은 서울 면적의 61%에 불과하지만, 인도 북부와 중국 티베트 지역을 잇는 관문이라 양측 모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ㆍ인도 간 국경 분쟁과 마찬가지로 인도ㆍ네팔 간 갈등의 뿌리도 1816년 인도를 점령한 영국 동인도회사와 네팔이 맺은 ‘수가울리 조약’이다. 양측이 경계로 삼자던 칼리강의 발원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지난해 11월 인도가 먼저 새 지도를 공표하면서 분쟁지역 일부를 포함시키자 네팔이 이번에 반격을 가한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인도의 지도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는 점이다. 인도가 새 지도를 공표하면서 1947년 이후 중국과 무력충돌까지 벌이던 네팔 북서부 라다크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현재도 이 지역은 중국ㆍ인도가 서로 도로 건설을 명분으로 무장군인을 배치하면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도는 곳이다.
중국은 일단 인도ㆍ네팔 간 ‘지도 싸움’에는 대응을 삼가고 있다. 대신 인도와의 군사회담이 열린 지난 6일 관영매체를 통해 라다크 지역 내 기동훈련 영상을 공개했다. 여기에 네팔의 친중 경제ㆍ외교정책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네팔은 중국ㆍ인도 간 적대관계를 활용해 이득을 챙기려 하고, 중국은 네팔을 통해 인도와 대리전을 벌이는 형국인 셈이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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