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행복e음’ 정보 공유 제한이 추가 학대 막을 기회 놓친 샘
거제시 “개인정보법 위반 소지”전문가들 “공조 규정 없다는 게 진짜 문제”
“도주 우려” 의붓아버지 15일 구속
경남 거제시가 의붓아버지와 친모로부터 상습적으로 학대를 당한 A(9)양의 학대 전력을 알고도 학교에는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거제시는 “근거 규정이 없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해명하지만 추가 학대를 막을 수 있었던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양은 친모 B(27)씨의 요청으로 2015년부터 2년간 경남 지역의 한 위탁가정에서 자랐다. 2년의 위탁 기간이 끝난 A양과 함께 B씨는 2017년 2월 거제로 이사했다. 거제시는 전입신고 과정에서 A양이 ‘학대 및 돌봄 곤란’ 사유로 위탁가정에서 분리 보호를 받았다는 정보를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을 통해 전달받았다. 하지만 거제시는 5차례에 걸쳐 가정방문을 실시하고도 A양의 학대 피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거제시에 통보된 학대 사실은 A양이 취학한 이후 학교에 전달되지 못했다. A양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다닌 거제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2015년에 학대 당한 걸 미리 알았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안타까워했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거제시가 5회나 가정방문을 한 것도 몰랐다”며 “알았다면 좀 더 면밀히 A양을 돌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시는 ‘미취학 아동의 가정형편을 학교에 통보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거제시 관계자는 “학대 경험은 민감한 개인정보라 근거 없이 알리면 되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자체가 학대 관련 정보를 교육기관에 전달하는 제도 자체가 마련돼있지 않다. 행복e음의 아동학대나 생활수준 등의 정보는 지자체 정도만 공유토록 하고 있다. 관계기관 협력 등을 통해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대책을 수립하는 보건복지부도 “지자체와 교육청 간 공조를 위한 법적 근거는 없다”고 답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아동복지의 두 축인 지자체와 교육청 간 정보 공유 및 협조 체제만 가동됐더라도 예방할 수 있는 사태였다고 입을 모았다. 공혜정 대한아동방지협회 대표는 “학교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지정돼있을 정도로 학대 징후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기관”이라며 “지자체와 교육기관의 공조 체계조차 없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두 기관의 공조는 아동복지학계에서 오랜 기간 요구한 사항”이라며 “지금이라도 공조 체계를 마련하고 사례 관리를 전담할 ‘학교사회복지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도 제도 개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교는 교사가 피해 의심 아동과 일대일로 마주할 수 있어 아동 학대를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는 기관으로 꼽히는 만큼, 지자체의 사회복지 담당과 연계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모르고 있었던 교육청 차원에서도 충격이 크다”면서 “지난 14일부터 A양이 다닌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감사에 착수했고, 현장에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A양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및 특수상해)로 의붓아버지는 구속됐다. 창원지법 밀양지원 신성훈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거제=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창원=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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