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5일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위한 미래통합당과의 협상이 결렬되자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법사위원장 등 6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의장단 단독 선출에 이어 여야 합의 없이 상임위원을 배정하고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것은 1948년 제헌국회 이후 처음이다. 야당이 ‘일당 독재’를 하려는 거냐며 크게 반발하고 있어 여야 관계가 급랭할 것으로 보인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12일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의 담판을 촉구하며 사흘의 말미를 줬지만 허사였다. 민주당은 ‘일하는 국회’를 위해선 야당 몫 법사위원장 관행을 더는 용인해선 안 된다는 명분을 고수했다.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8일)을 이미 넘긴 만큼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아무리 명분이 그럴듯해도 협치의 가치보다 중요한 건 없다. 야당 없는 국회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만 옳다고 밀어붙이고 야당을 인정하지 않으면 독재와 다를 게 없다.
민주당은 초반부터 18개 상임위를 다 가져갈 수 있다며 강공으로 나왔다. 내로남불 얘기를 듣지 않으려면 법사위 배분을 놓고 야당이 수긍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미흡했다. 176석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총선 민의를 앞세우면 야당이 물러설 거라고 봤는지 모르나 오판이었다. 이날 법사위원장을 뺏긴 통합당이 자당 몫 국회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을 거부하고 협치 중단을 선언한 만큼 당분간 국회는 반쪽짜리 운영이 불가피하다. 18개 상임위 독식이 진짜 속마음이 아니라면, 전략 없이 명분으로만 밀어붙인 여당의 협상력 부족이 아쉽다.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한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국가적 위기 속에 회의체 구성을 놓고 싸움질만 하고 있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야당도 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 투쟁을 고민한다면 생각을 접어야 한다. 코로나 경제 위기와 군사 위협까지 등장한 한반도 정세 불안 등 처리해야 할 국내외 현안이 산더미다. 거여를 견제하는 게 야당의 책무지만, 민생을 외면하면 정당으로서 존재 의미가 없어진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의 파행은 용납될 수 없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협치의 정신으로 돌아와 국회 정상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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