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아동 보호시설이 아동 학대라니…
남동생 성기 만진다며 방에 홀로 가둬…아동 6명 중 5명 정신과 치료
경남 창녕 9세 여아처럼 가정폭력으로 부모와 함께 지낼 수 없는 아동을 돌보는 경북 포항의 한 아동보호시설에서 아동학대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아이들은 입소 당시 장애가 없었지만 시설에 들어 온 후 잇따라 지적 장애 판정을 받았고 6명 중 5명이 정신과 약물 치료를 받고 있어 장기간 학대에 노출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16일 경북노동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포항의 한 공동생활가정에서 지낸 A(10)군은 남동생의 성기를 만진다는 이유로 건물 3층에서 홀로 지냈다. A군은 문 밖에 잠금 장치가 설치된 방에 갇혀 하루 세 번 식사 시간 외에는 2층에서 생활하는 아이들과 함께 지내지 못했다. 용변을 봐야 할 때는 방안에 설치된 벨을 눌러 밖에서 문을 열어줘야 화장실에 갈 수 있었다.
해당 시설은 일반 아동들이 머무는 보호시설인데도 아이 6명 중 5명이 입소 후 지적 장애 판정을 받거나 의심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A군과 A군의 남동생은 지난 2014년 12월 함께 시설로 들어왔고, 이후 지적 장애 3급을 받았다. A군 형제와 같은 시기 입소한 또 다른 형제인 C군과 C군의 남동생은 지적 장애가 의심된다는 정신과 의사 소견에 따라 약물치료 중이다. 지난 2016년 4월 해당 시설에 들어 온 D군은 입소 후 지적 장애 3급을 받았다. 이 시설은 일반아동보호시설이어서 장애아동은 받을 수가 없다.
아동 6명 중 5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데도 아토피가 심한 C군의 남동생은 정작 피부과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노동인권센터 관계자는 “한 어린이는 이불 솜이나 기저귀 솜을 뜯어먹는 이상행동을 보이고 있다”며 “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발견되면 치료에 애써야 하는데 방치하고 감금하는 등 아동들의 피해가 심각한 시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4월1일 해당 아동보호시설에 시설장이 교체되면서 드러났다. 이곳의 전 시설장은 정부보조금 6,300만원을 횡령해 지난해 말로 자격이 정지됐다. 장기간 비어있던 시설장 자리에 지난 4월 새로운 사회복지사가 채용됐다. 새 시설장은 아이들의 행동과 생활상을 이상히 여겼고 같은 달 24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에 아동학대 사실을 신고했다. A군은 이후 포항지역의 다른 보육시설로 옮겨졌다.
포항시의 허술한 관리ㆍ감독도 도마에 올랐다. 해당 시설은 보조금 횡령으로 지난해 말 운영 중단 명령이 내려졌지만, 전 시설장이 드나들 정도로 별다른 제재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4월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이후에도 A군을 제외한 아동 5명은 계속 시설에 머물렀다.
이 같은 사실을 외부로 알린 새 시설장은 입사 후 약 20일간 A군이 감금된 사실을 알고도 방임했다며 전 시설장과 함께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포항시 관계자는“15일 종사자 5명이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는 연락을 받았고, 아동 5명을 다른 시설로 전원 조치했다”며 “법원 판결이 나오면 시설 폐쇄 조치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노동인권센터과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420장애인차별철폐포항공동투쟁단은 16일 포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시는 아동 감금과 학대를 일삼은 포항 공동생활가정을 즉각 폐쇄하고 내부 고발한 제보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한 수사기관도 철저히 수사해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포항=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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