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독일의 낮은 국방비 지출을 이유로 주독미군을 2만5,000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나는 독일에 관해서만이 아니라 많은 다른 나라에 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한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날 북한군은 남북 합의로 비무장화된 지역에 병력을 재투입하겠다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국의 지나친 방위비 압박이 한미 동맹을 흔들어 북한에 유리한 국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한국 등 미군이 주둔한 동맹국이 방위비를 제대로 분담하지 않는다는 그의 평소 인식이 반영된 것이어서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미 육사 졸업식 연설에서는 "머나먼 땅에서 벌어지는 오래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미국 병력의 의무가 아니다"며 미국의 이익을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도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등으로부터 군대를 데려오기를 원한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했다. 주독미군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도미노식으로 미군 감축이나 재배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한미 방위비 협상은 장기 교착 상태다. 지난 3월 실무 협상팀이 '13%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의 50% 인상안을 고집해 결렬된 뒤 진척이 없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선에 사활을 건 그가 재선 전략으로 활용할 거라는 전망이 터무니없지만은 않다. 아무리 방위비 대폭 인상이 절실하다 해도 주한미군 감축까지 거론되는 지금의 상황은 우려를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데다 북한의 대남ㆍ대미 압박이 강화되면서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중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을 현행 2만8,500명 이하로 줄이는 데 예산을 편성치 못하도록 국방수권법에 명시하고 있어 감축이 현실적으로도 쉽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는 진정 무엇이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지 숙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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