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10년 연속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판매량 기준)에서 절대지존으로 군림해 온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세계 1위 자리에 등극했다. 지난 4월을 기준으로 한 월간 판매량 기록이긴 하지만 삼성전자가 미국 애플이 아닌 다른 업체에 1위를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화웨이가 지난해부터 미국 정부의 제재로 휴대폰 영업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의외의 결과다. 시장에선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화웨이 스마트폰의 ‘깜짝 정상 등극’에 특급 도우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 4월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의 21.4%를 차지하면서 삼성전자(19.1%)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애플은 11.9%의 점유율로 3위를 마크했다. 삼성전자는 앞서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집계한 지난해 연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20% 점유율로 화웨이(16%)와 애플(13%)을 제치고 1위를 고수했다. 올해 1분기에도 비슷한 점유율 구도로 정상을 지켜냈다.
화웨이의 정상 등극은 텃밭이자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 안방에서의 선전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국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화웨이의 경우 올해 1분기 점유율(39%)을 전년 동기(29%)보다 10%포인트 끌어올리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기엔 지난해 5월부터 미국 제재 대상에 오른 화웨이를 응원하려는 중국 국민의 ‘애국 소비’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제재 이후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된 것은 물론 앱스토어, 지도, 유튜브와 같은 구글 서비스를 제품에 탑재하지 못하면서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이 다른 국가보다 먼저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는 점도 화웨이가 경쟁사에 비해 유리한 조건이다. 중국의 4월 스마트폰 판매량 감소율(전년 동월 대비)은 17%로 세계 평균(-41%)에 비해 훨씬 나았다. 반면 미국, 유럽, 인도, 남미 등 삼성전자의 주요 스마트폰 시장은 4월부터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했다. 미국 지역 스마트폰 판매량은 27% 감소했고, 특히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는 97%나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 수준에 불과한 삼성 입장에선 극도로 불리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삼성전자는 현재 ‘외부 환경’ 탓만 하긴 어려운 형편이다. 올해 상반기 야심작으로 내놓은 플래그십(대표)폰인 ‘갤럭시S20’가 극도의 판매 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 출시된 갤럭시S20의 2개월 누적 판매량은 717만대로 전작(갤럭시S10)의 69%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시장에선 ‘화웨이 천하’가 오래가진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부터 미국, 유럽, 인도 등이 이동제한 조치를 풀면서 경제 활동을 재개한 가운데 화웨이에 비해 시장 저변이 넓은 삼성전자의 1위 탈환은 시간 문제란 진단에서다. 이준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웨이의 월 판매량 1위는 높은 중국시장 점유율, 북미·유럽 경기 위축 등이 일시적으로 겹친 결과”라며 “한두 달 이상은 계속되기 어렵고 연간 판매량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내다봤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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