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 선거사무실서 편지봉투에 현금 담아줘”
K의원, 당선축하 양복 받은 사실 시인… 檢, 수사 착수 여부 주목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피의자 김봉현(46ㆍ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4년 전 더불어민주당 K의원에게 현금 수천만원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검찰이 확보한 진술을 토대로 본격 수사에 착수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K의원은 당시 김 전 회장으로부터 국회의원 당선 축하 명목으로 맞춤양복을 선물받았다( 한국일보 5월 5일자 보도 )는 사실에 대해서는 시인한 바 있다.
16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 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조상원)는 라임 사태의 정관계 로비 창구로 지목된 김 전 회장을 조사하며 동향 선배인 K의원에게 정치 후원금 성격의 현금 수천만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회장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에 출마한 K의원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현금을 편지봉투에 담아 전달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편지봉투에는 5만원 권으로 최대 200장(1,000만원)까지 넣을 수 있다. 김 전 회장은 며칠 뒤 K의원을 두 번째로 만나 또다시 1,000만원 이상의 현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변 인물들에 따르면 당시 김 전 회장은 자신의 벤츠 차량에 현금 수천만원을 싣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K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가운데, 검찰 조사를 받은 참고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2016년 3월 31일~ 4월 12일로 추정된다. 해당 기간은 20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이다. 김 전 회장도 선거운동 기간 중 두 차례 K의원의 선거 사무소를 방문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선거운동 기간에 K의원을 두 차례 대면하고 현금을 전달한 뒤 K의원이 지역구 선거에서 승리하자 맞춤 양복을 선물했다는 주장이다.
김 전 회장은 광주MBC 간부 출신인 이모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소개로 K의원을 만났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가 여권 고위층과 나를 연결시켜 줬다”면서 정관계 로비 목적으로 이 대표를 영입했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2016년 K의원을 방문할 때 이 대표 또한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김 전 회장의 업무수첩에는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2014년부터 돈독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기록돼 있다. 김 전 회장과 이 대표는 올해 초까지 ‘형님 아우’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지난 3월 스타모빌리티 횡령금 517억원의 책임 소재를 두고 갈등관계로 돌아섰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진위 여부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 수사 착수 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이 대표의 자택ㆍ휴대폰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검찰이 김 전 회장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하고 본격 수사에 나설 경우, K의원에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정치자금부정수수)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정치자금법 성립 요건은 △회계보고 누락 △정치자금 활용 여부 등 크게 두 가지다. 한국일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2016~2019년 K의원의 고액후원자 명단에는 김 전 회장이나 이 대표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다. 수도권 지역의 한 변호사는 “후원금ㆍ기부금은 모두 정치자금에 포함된다”며 “만약 정치자금이 아니라면 K의원이 추가로 입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보는 K의원 측에 수차례 사실 확인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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